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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을 꿈꾸다

내가 그리던 행복이 이걸까

by 다정

매일매일 쓰다 보니 이제는 그 자체로 재밌었다. 쓸 일이 없어도 쓸 일을 만들고 싶었다. 작은 영감 비슷한 것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오감을 열어두었다. 무슨 글을 쓰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 같이 일하는 스탭이나 게스트하우스에 오는 손님들에게 글을 보여줬다. 글을 잘 쓴다는 칭찬을 받았다. 나아가 책을 쓴다면 사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어떨 때 행복한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질문이 많았던 때라 저 한마디가 등불이 되었다. 계속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책을 통해서 내 세상이 넓어지는 경험도 했다. 정세랑 작가의 <목소리를 드릴게요>를 읽고 지구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분명 SF 소설이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내 미래가 아니라 지구의 미래, 다음 세대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경험이 너무 강렬했다. 이어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를 통해서 작게라도 실천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무해한 사람이라는 단어가 나에게 박혔다. 나를 넘어 타인에 대한 공감, 타인을 넘어 아직 오지 않을 미래에 대한 공감을 하는 경험은 낯설지만 좋았고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조금씩이라도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육지에 올라와서는 비건 일주일을 실천해보기도 하고 장보기 전 장바구니를 챙기며 느슨하게 비건을 지향하고 응원하는 삶을 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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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살듯 여행하고 여행하듯 살며 책방을 차리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제주도에는 독립서점이 많았는데 큐레이션 된 책을 보는 것과 책으로 가득한 공간도 좋았지만 책방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이 좋아 보였다. 책방 투어를 하려고 잠시 떠난 제주 동쪽에서 책방 '풀무질'을 간 적이 있다. 책방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아기가 들어왔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기를 자연스럽게 봐주시고 챙겨주시는 모습에서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미래 모습을 봤다. 하루 온종일 책을 읽으며 사랑방처럼 동네 이웃들이 들리고 자연스레 서로의 안부를 챙기는 모습, 내가 상상하는 행복한 일상이 그런 거 같았다. 책을 좋아하고 읽고 싶은 책도 많으니 내가 책방을 운영한다면 너무 행복하겠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집을 떠난 지 한 달, 글과 책, 책방에 대한 염원을 가지고 육지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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