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행복하다 말하다
무작정 결심한 제주도행, 돈은 없지만 시간이 많으니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로 일하며 숙식을 해결하기로 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와도 된다는 메시지 하나만 믿고 비행기에 올랐다. 돌아오는 비행기 표는 끊지 않았다. 캐리어를 끌고 집밖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또 다른 내가 되었다. 하고 싶은 대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사실만으로 들뜬 건지 무언가가 내 속에서부터 꽉 차올랐고 넘쳐흘렀다. 공항에 도착해서는 생각노트에 쏟아내듯 쓰기 시작했다.
그럴 땐 침착해 더 자연스럽게- /200808 생각노트
거북이의 비행기 가사처럼 이럴 땐 침착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비행기를 타는 듯 붕뜨게 만드는 노래처럼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제주도에서 도착하고부터 매일 글을 썼다. 하루하루를 놓치지 싫었다. 그 언제보다 여유로운 하루를 보냈지만 부지런히 글로 옮겼다. 일상을 옮기고 생각을 옮기고 장면을 옮겼다. 넘쳐흘러서 썼다. 토해내지 않으면 안 되어서 썼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행복을 매일 한가득 맞았고 쓰면서 행복을 주워 담았다.
모든 하루가 자유로웠고 행복했다. 불현듯 눈물을 쏟아낸 적도 있다. 날이 좋았던 저녁, 장작에 불을 붙이고 그 앞에 모여 앉아 다 같이 불멍을 때렸다. 멍하니 타오르는 장작을 보는데 왈칵 눈물이 났다. 장작에서 타오르는 불이 나 같았다. 단단하던 나무가 타기 시작하면 아지랑이 같은 불꽃이 되는데 어디에도 잡히지 않고 바람 방향대로 흩날린다. 그 모습이 나 같았다. 1초 뒤의 불꽃 모양을 모르듯 미래의 내 모습을 모른 채로 내내 흩날렸다. 불멍을 때리며 과거의 나를 보내줬다. 이제 새로운 나를 새롭게 채울 때였다.
영화를 한 편보고 나서 다들 아쉬웠는지 사장님께서 불멍을 하자고 하셨고 나는 기대했던 시간이라 너무 좋았다. 불을 보고 있으니 처음에는 이런 분위기가 너무 예뻤다. 제주도에 내려와서 이런 많은 것들은 뚝딱 보여주시는 사장님이 마법사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타오르는 불을 계속 보니 나도 눈치채지 못했던 저 마음속 깊은 감정이 토하듯이 나왔다. 갑자기 흐르는 눈물은 나를 너무 당황시켰다. 하나도 슬플 일이 없었고 너무 행복했는데 어딘가에 무언가가 묻혀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왜 불멍을 하는지 느낄 수 있는 날이었다. 한참 불을 보고 나서 하늘을 봤는데 제주 내려와서 본 저녁 하늘 중에 별이 제일 많았다. 오늘 나에게 하늘마저 선물을 주는 것 같았다
/ 200814 제주도 7일 차,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