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도 부스를 지키는 방법

그늘 그리고 책과 사람

by 다정

부산바다도서관, 이름부터 설레는 도서 행사였다. 책을 좋아하는 부산 시민으로 바다 앞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빈백에 기대어 책을 읽는 모습이 절로 상상되었다. 1인 출판사 대표로는 책을 좋아하는, 책에 관심 있는 시민을 만날 귀한 기회였다. 당장 판매할 수 있는 건 없지만 출판사를 홍보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부산바다도서관 북스팟에 참여를 신청했고 운이 좋게도 참여하게 되었다.


운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른 장마로 행사가 전면 취소되었다. 책과 관련된 굿즈를 팔아볼까 하는 생각에 끈갈피도 직접 만들고 이벤트와 펀딩을 위한 설문조사까지 준비했는데 바리바리 준비한 만큼 허탈한 마음이 컸다. 혼란한 마음을 추스르며 오프라인 이벤트를 온라인으로 바꾸고 나니 행사가 연장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와 함께 행사 마지막 날, 부스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제안받았다. 매일 아침 폭염 경보를 받는 요즘인데도 더위에 대한 걱정보다 준비한 걸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참여를 결심했다.



막상 부스를 나가려니 10분만 걸어도 땀이 쏟아지는 요즘이라 걱정이 늘었다. 행사 전날, 미리 물을 얼려두고 다이소에서 쿨스카프를 구매하고 보냉백에 넣을 얼음까지 챙겼다. 행사 당일이 되니 행사용품을 채운 종이가방이 3개, 보냉백이 2개였다. 배만큼 커진 배꼽을 챙겨 민락수변공원으로 향했다. 민락수변공원에 가까워지자 부산바다도서관 행사를 한다는 팻말과 천막이 보여서 살짝 들떴다. 규모도 꽤 커 보였고 책, 사람, 바다 이렇게 세 가지 키워드가 합해진 공간이라니 그냥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햇빛이 서서히 강해지는 11시, 쿨스카프를 두르고 부스 준비를 끝마쳤지만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내가 부스로 나가기 전에 세워둔 목표는 세 가지였다. 설문조사 응답 받기, 수제 끈갈피 판매와 다정한세계 홍보였다. 미지근해진 쿨스카프를 찬물에 넣으며 생각해보니 폭염 경보와 실제로도 뜨거운 공기, 갑작스럽게 연장된 행사 그리고 그 행사의 마지막 날이라는 것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생각한 만큼 진행되지 않겠다는 직감이 들었다.



목표를 전면 수정하여 설문조사를 최우선으로 두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모두 인사하며 설문조사를 유도했다. 다행히 오전부터 바다도서관을 찾아오신 분들은 행사 자체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 선선히 참여해 주시고 설문조사를 하시는 동안 다정한세계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인사드리며 시간이 흐르니 해는 점점 더 강해지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말을 붙이기도 어려울 정도로 더워졌다.


여름에 부스로 나온다는 건 이런 거구나 몸소 느꼈다. 미지근해지는 쿨스카프를 찬물에 넣었다 뺐다 하고 선풍기 바람을 쐬고 바다에 들어가는 게 낫겠다는 심정으로 얼음물을 마셨다. 그리고 부산바다도서관에 진열된 책을 읽으며 시간을 견뎠다. 다행히 책을 읽으며 다른 세상에 빠지니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솔솔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파도소리도 잘 들려왔다. 소설 한 권을 호로록 읽고 나니 햇살이 아주 조금 약해졌나 싶었다. 주말에 시간을 내어 참여한 만큼 작은 수확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스태프분들께도 설문조사를 부탁드렸다.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무더위를 함께 견디고 있다는 동지애가 있어 기꺼이 참여해 주셨다.


결국 부스를 정리하는 시간, 처음 세운 목표만큼 기대한 만큼 설문조사 응답을 받거나 판매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그만큼 한 분, 한 분 정성스레 다정한세계를 소개할 수 있었다. 책을 예뻐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마음을 받아 이번 주도 힘내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도 30초만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을까요? 아래 링크에서 설문조사 한 번씩 참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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