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수술은 없다 2

by 다정

MRI를 검사하고 한 달 뒤, 입원하는 날이 왔다. 이상하게 수술 날짜를 정하고 나니 종양은 아프지도 않았고 존재감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그래서 입원일이 다가오는데도 별 감흥이 없었다. 종양이 그리 크지 않았기에 수술도 그만큼 작고 간단할 거라 생각했다. 입원 물품도 간소했다. 칫솔과 치약, 세안제, 수건 그리고 이북리더기와 책 네 권이 전부였다. 병실에서 할 일도 없이 심심할 테니 책이나 잔뜩 읽자는 마음이었다.


실제로 입원한 당일은 병원에 쉬러 온 기분이었다. 내내 책을 읽었다. 하릴없이 대기하는 동안 책을 읽고, 환자복으로 갈아입고도 책을 읽었다. 수술 전이라 두 다리와 두 손이 자유로우니 어디를 가거나 무엇을 하는 것에도 불편함이 없었다.


이른 저녁 식사가 도착해 막 뚜껑을 열려고 하는데 다음날 수술을 설명하기 위해 의사 선생님이 왔다. 수술 시간은 언제이고 부분 마취를 할 것이며 수술은 어떻게 진행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수술 이후 근육과 피부가 붙을 수도 있고 손가락이다 보니 신경이 상하거나 힘줄이 다칠 수도 있다며 부작용을 사무적으로 늘어놓았다. 간단한 수술이라고 생각했는데 위험한 수술인가 싶어 크게 겁을 먹었다. 그제야 의사 선생님이 타이레놀 상자 뒤편에 적힌 설명을 읽어드리는 것과 비슷한 거라고 말했다. 이어 놀란 마음이 가라앉기도 전에 피부 유착을 막는데 도움이 되는 주사가 있는데 비급여로 50만 원, 힘줄에 콜라겐을 넣어 회복을 돕는 주사도 비급여로 140만 원이라며 놓을지 말지를 결정해라고 했다.


부작용에 관해 줄줄 이야기해서 잔뜩 겁을 먹은 환자에게 부작용을 막는데 도움이 되는 주사를 추천하다니 MRI를 찍기 전 상담실에 나눈 대화처럼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수술 비용이 얼마나 나올지도 모르는데 이 주사만으로도 200만 원이라니 부담스러웠다. 그럼에도 선택권은 없었다.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나중에 철회해도 된다며 사인하길 권유받았다. 이게 과연 선택권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병원이기 이전에 영리 기업이구나 하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남편과 상의 후 결국 주사를 맞기로 결정했지만 상술에 당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여전히 찝찝하긴 마찬가지다.)


다녀오니 밥이고 국이고 다 식은 상태였다. 어영부영 밥을 먹고, 잘 준비를 끝내니 수술을 위해 오른팔에는 링거를 꼽고, 왼손과 왼팔은 제모도 했다. 그제야 내일 수술을 하는구나 싶었다. 밤 12시부터는 물도 마시면 안 되는 금식이었는데 종종 하는 간헐적 단식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그러고 병실에 불이 꺼졌다. 8시 반, 저녁을 먹은 지 두 시간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다들 잠에 드는 눈치였다. 잠이 많은 편이지만 8시 반에 잠드는 건 어려워 어두운 병실 안에서 이북리더기 조명을 조절해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낯선 공간, 코 고는 소리, 수술에 관한 생각 때문에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그러다 이른 아침부터 불이 켜졌다. 시계를 보니 5시 반, 아직 해도 안 떴을 것 같은데 병원의 하루는 일찍 시작되었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다른 분들을 따라 나도 씻고 수술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런데도 첫 수술 시간까지 세 시간이나 남아 책을 읽다가 잠들었다가 하며 수술 시간이 다가오길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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