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절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
12월 약속은 평소와 조금 다른 기분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생긴 약속들이라 애틋함과 설렘이 있다. 분명 몇 개월 전에 만났는데도 그렇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만나다 보니 이 시절을 함께 보내고 있다는 생각에 애틋하고 이를 자세히 나누고 싶은 마음에 설렌다. 이런 마음만큼이나 서로가 익숙하기에 만나고 나면 어느 때와 다름없다. 서로의 근황을 물어보고 고민을 나눈다. 이런 대화 속에 나는 올해가 어땠냐는 질문을 꼭 꺼낸다.
한 해를 돌아보는 질문은 기억을 더듬어야 하기 때문에 조금 귀찮을 수도 있지만 친구들은 기꺼이 이 과정을 함께 한다. 올해 샀던 물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물건은 무엇인지, 올해 흠뻑 빠져있었던 건 뭔지, 누구와 나눈 어떤 대화가 인상 깊었는지 등 근황 토크로는 몰랐을 이야기를 공유해 본다. 친구가 이사하며 마음에 드는 TV장을 위해 TV를 바꾸게 됐다는 사실, 우연히 만들어본 들깨버섯파스타가 맛있었다며 요리해 주는 친구, 사진을 찍고 요리하고 러닝도 하는 취미 부자인 친구가 눈을 반짝이는 새로운 취미 등 친구의 변화를 듣고 보며 따라간다.
연말 회고는 늘 의미 있지만, 1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한 사이기에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 새로운 시작과 도전을 축하하고 작은 변화의 순간을 따라가며 친구를 계속해서 알아간다. 서로 잘 아는 사이라 생각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다른 경험을 쌓기에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 서로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며 귀 기울이기에 어제 만난 것처럼 편하고 익숙한 사이가 계속된다. 기억력이 좋진 않지만 이 순간을 잘 기억하고 싶다. 올해 겪었던 크고 작은 우여곡절과 너무 좋았던 순간, 내년에 버리고 싶은 것 등 친구의 지금 이 시절을 잘 기억하는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건강, 사랑, 행복, 헤어지기 전 나누었던 내년 소망을 모두 이루고 만나 비어있는 서로의 시간을 채우며 서로의 시절이 될 만남을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