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집 공저 프로젝트

중요한 건 우선 시작하는 마음

by 다정
너무 힐링된다. 재밌다.


창작자 모임 2번째 만남이 끝나고 머리에 남은 생각은 저 두 가지였다. 작년에 맨땅에 헤딩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 많은 부분이 어려웠다. 재미있어 창대하게 시작했다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참을 헤맸다. 우여곡절을 겪다 보니 처음인데 혼자라 더 그런가 싶었다. 독서모임도 함께 하면 이야기가 풍성해지는 것처럼 이런 어려움을 공유할 누군가가 있다면,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함께 이야기하고 격려하면서 솔직하게 피드백해 준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든든할 거 같았다.


작년 하반기부터 만나는 창작자 분들께 은근슬쩍 운을 띄웠다. '만약에 같이 단편소설을 쓰는 프로젝트를 한다면, 함께 하실래요?' 이렇게 물어보고 다니니 창작의 씨앗을 가지고 계신 분들, 혼자 단편소설을 써온 창작자 분들을 만나기도 했다. 물어보고 제안하면서 함께 글 쓰는 모임을 상상했는데 생각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해가 바뀌기도 전에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운을 띄웠던 분들께 다시 연락을 드렸다. 긍정적으로 대답해 주시고 다른 창작자도 추천받아 총 5명이 '단편소설집 공저 프로젝트'에 함께 하게 되었다.


첫 모임을 약속하고 준비하면서도 '소설을 쓰는 모임인데 내가 모으는 게 맞나?', '모임을 이렇게 꾸리는 게 맞나?' 등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사람을 모아 꾸려나가는 데에는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영역은 여전히 많고 부족함 또한 여전히 많다. 그럼에도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임은 함께 만들어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모임을 준비하는 호스트의 몫이 분명 크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의 몫도 분명 있다. 결국 함께 잘 만들어보자는 마음을 모아 부딪혀보는 수밖에 없다.


처음 대면하여 인사를 나눈 순간, 오랜만에 등골까지 쭈뼛한 감각을 느꼈다. 어색함과 설렘, 긴장과 기대되는 마음이 하나였다. 차례차례 인사를 하고 보니 창작의 씨앗이 확실한 분들이었다. 화실을 운영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작가, 동네 책방을 운영하는 책방지기, 그림동화책 작가 겸 시니어 모델학과 새내기 대학생, 10년 전부터 단편 소설을 써온 창작자까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공유할지 설레고, 많은 걸 느끼는 시간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모임을 시작하기 전에 구상해 둔 부분은 모임 주기와 방식, 주제에 관해서였다. 2주에 한 번씩 소수·변두리·소외된 것에 관한 글을 쓰고 만나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고만 상상했다. 실제로 만나서 창작과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좀 더 세부적인 내용이 정해졌다. 두 번째 모임에는 이야깃거리를 찾아 만나기로 했다. 2주 간 내 안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소수는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야깃거리를 꺼내는 작업부터 쉽지 않았다. 아마도 주제를 정해두고 이야깃거리를 찾은 적은 처음이라 그런 것 같다. 불현듯 떠오른 소재를 메모하고 이전에 적어둔 메모도 뒤적거리면서 최대한 재미있게 그려봤다.


두 번째 모임에서는 한 줄로 정리한 이야깃거리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가져온 이야기보다 어떤 이야기를 가져왔을지가 더 궁금했는데 너무 흥미진진했다. 이 이야기들의 첫 독자가 나라니, 들뜨는 마음도 들었다. 여러 개의 씨앗을 두고 고민하는 분도, 쓰기를 시작한 분도 계셨다. 작업의 방법도 방향도 모두 달랐기에 이걸 공유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이 됐다. 어떤 결론을 내기보단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흥미롭게 듣는 과정에서 용기가 생기고, 상상력을 나누며 에너지도 차올랐다. 모임이 끝나고 나서는 절로 '너무 힐링된다. 재미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개운했다.


앞으로 어떤 글을 어떻게 쓸지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완성될 거란 건 확실하다. 함께 하는 동료가 있어 정말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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