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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다정 Oct 15. 2021

축사 대신 쓰는 편지

사랑하는 내 친구에게

사람을 좋아하지만 들과는 못해도 8년 지기 일정도로 세월을 두고 관계를 쌓아가는 편이다. 넓지 않게 천천히 쌓아나가다 보니 주변 사람들모두 내가 정말로 애정 하는 존재들이다. 근차근 관계를 쌓아가는 동안 친구소중한 사람에 대이야기 많이 들었다. 종종 만는 경우도 생겼다. 친구와 오래 안만큼 상대방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어서 처음 만나는데도 내적 친밀감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결혼은 한 차원 너머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에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사랑하는 사람과 새로운 시작을 결심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는 아직 우리가 그 정도의 어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친구들은 어느새 쑥 커버린 것 같다.


결혼이라는 단어 처음 들었던 때 아마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소식을 전한 친구의 표정도, 그때 느낀 감정의 소용돌이도 잊히지 않는다. 얼빠진 내 표정을 보고 당연히 알 줄 알았다고 그렇게 놀랄 일이냐며 웃던 친구 놀람뿐만 아니라 서운함도 같이 느끼는 이상하고 낯선 감정 투성이었던 그때. 그때가 벌써 1년 전이고 내일이면 그 친구의 결혼식이다.


결심을 했을 때부터 이야기를 들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은 충분했는데도 드레스 입은 친구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참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결혼식 당일, 친구의 옆에서 친구를 바로 챙겨야 하니 울면 안 될 텐데 자신은 없지만 울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이런 나를 알기에 친구가 축사를 부탁하진 않았지만 그 대신 편지를 써보려고 한다. 사실 이걸 쓰면서도 울 것 같아 걱정이다.




내 친구에게,


난 아직도 치킨을 먹다가 네 결혼 소식을 들었던 그 순간이 생생해. 당연사실이어서 마음의 준비는 이미 거뜬하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아니었나 봐. 직접 들으니 생각보다 이상하더라고. 우리 셋이 한 방에 있다가 네가 갑자기 다른 문을 열고 혼자 나가버리는 듯한 기분이었어. 남겨진 것 같은 공허함과 서운함과 놀람이 약간씩 섞인 기분이었던 것 같아.


우리가 우연하게 한 방에서 만났지만 비슷한 궤적으로 대학생활을 하고 사소한 일부터 큰 일까지 함께 나눠서  내 옆에 있을 거라고 믿었나 봐. 졸업하고 거리가 멀어졌는데도 먼저 전화 걸어주는  덕분에 대구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는 가볍게 메꿀 수 있었어. 한 통화를 하면 한 시간씩 가벼운 이야기부터 진지한 고민들까지 편하게 들어주는 너에게 많이 의지고 배웠.  덕분에 힘들 땐 힘  좋은 일은 두 배로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아. 받은 게 많아서 나도 그만큼 든든한 친구가 되고 싶은데 이제  옆에 더 듬직한 버팀목이 생긴다니 내 자리가 줄어든다는 생각에 서운하기도 했던 거 같아. 그래도  곁에서 나보다 더 를 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아니까 기꺼이 양보할게.


진심으로 축하해. 내가 처음 가는 결혼식이어서 너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정리되지 않았지만 이 말만큼은 진심이야. 이제껏 오빠랑 행복했던 만큼 더 많이 행복하기를 바랄게. 성숙하고 현명한 니까 결혼 생활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사실 답이 없는 문제니까 그냥 네가 행복하면 되는 거 같아. 앞으로 어떤 크고 작은 일이라도 둘이 잘 헤쳐나가길, 함께 웃길 바랄게.


네 곁에서 축하해줄 수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편이 돼줄 사람과 기쁘고 좋은 일뿐만 아니라 어렵고 힘든 일도 함께 헤쳐나가겠다고 결심하고 그 결실을 맺는 쁜 자리에 함께 해서 영광이야. 오빠랑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재미있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채워나가길 응원할게.  친구의 새로운 시작을 진심으로 축하해!


늘 네 편인 오빠가 있지만 우리도 언제나 네 옆에서 네 편야. 뭐든 털어놓을 곳이 있다는 거 잊지 마. 사랑하는 내 친구,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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