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 Apr 08. 2022

벚꽃과 설렘의 상관관계

봄이 와서 설레는 걸까 설레니까 봄인 걸까

매년 질리지도 않고 벚꽃이 필 때면 마음이 선덕 거리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날이 추워도 혹은 더워도 벚꽃이 펴 있는 기간만큼은 누가 뭐라고 해도 봄이라고 말한다. 내가 사계절 중에 봄을 가장 사랑하고 벚꽃이 필 때 누구보다 설레는 또 다른 이유는 봄, 벚꽃과 함께 내 생일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연분홍빛 벚꽃이 하늘을 채우고 겉옷이 얇아지면 괜히 마음이 간지럽고 몽글몽글한 기분이다. 주변 사람들의 축하와 오랜만에 주고받는 안부 인사는 나를 더 따뜻하게 만든다. 기분이 너무너무 좋아서 밖을 나가지 않고는 못 견디게 된다.


그렇게 거의 매년 꽃놀이를 하러 갔다. 대학생 때는 캠퍼스 안에 벚꽃길을 친구들이랑 걸으며 걸음마다 사진을 찍었고, 버스나 기차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꽃놀이를 가거나 혼자서도 온천천이나 해수천 등 벚꽃이 잔뜩 핀 거리를 걷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매년 벚꽃이 핀 봄은 누구랑, 어디서, 어떻게 놀았는지가 선명하게 기억 남는다. 재밌었다면 재밌어서 아쉬웠다면 아쉬운 대로, 혼자였다면 혼자 인대로 그날 찍는 사진 수만큼 그날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중에서도 날이 좋고 벚꽃이 활짝 피고 그걸 함께 즐길 사람이 있을 때 가장 행복했다.


그렇게 올해도 꽃놀이를 갔다. 벚꽃이 활짝 핀 저번 주 주말, 날씨도 유난히 좋아서 길거리에는 부산 사람이 전부 다 나왔나 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흐드러진 벚꽃 나무 밑에 일렬로 늘어선 차들과 수많은 사람들을 보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매년 피는 저 꽃이 뭐라고 다들 저렇게 시간을 내 사람들과 부대끼며 꽃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오는 걸까. 왜 매년 비슷한 사진을 찍고 또 찍는 걸까. 왜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질까.




행복에 가득 찬 주말을 보내며 나름의 답을 찾았다. 추운 기운이 가시고 모든 게 피어나는 계절, 따스한 햇살과 살랑거리는 바람, 뭐든 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 이 모든 게 흩날리는 벚꽃 잎과 함께 기억된다. 두터운 옷을 치워두고 얇은 겉옷을 챙기는 과정이 새로운 환기가 되고 밖으로 나와 하늘과 꽃을 질릴 때까지 보며 에너지를 채운다. 일상 속에서 매일 보는 풍경도 색다르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벚꽃을 어찌 기다리지 않고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모든 게 희망적이고 긍정적이고 따스한 봄, 올해는 벚꽃잎이 오래 매달려서 사람들에게 더 큰 기쁨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나에게도.


벚꽃과 설렘의 상관관계는 매우 크다. 이번 생일과 이번 봄은 날이 좋았고 벚꽃도 활짝 폈고 축하를 많이 받았으며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보낼 수 있어서 더더욱 좋았고 행복했다. 그러니 앞으로도 봄을 길게 즐길 수 있게 벚꽃이 그 자리에서 매년 만개하길 기다리고 기대한다.



작가의 이전글 아직 주주는 아닌데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