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한다정 Apr 28. 2021

어떤 것은 마치 운명처럼 찾아온다

비건식 1주일 도전을 시작하며

그런 순간이 있다. 온 우주가 나를 이 길로 인도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순간. 나는 작년부터 책을 도피처 삼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책을 읽고 또 읽다보니 내가 책을 왜 읽게 되었는지는 사라지고 그냥 책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다 소설을 읽든 에세이를 읽든 심지어 경제 관련 책을 봐도 나에게 말하는 게 하나의 방향인 것 같았다.


다음 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 친환경, 제로웨이스트, 비건이 바로 그것이다.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고 그걸 표현하는 사람이 많아져 나에게까지 온 것 같다. 나도 작은 관심이 생기니 점차 더 보이기 시작했다. 마트에 가면 껍질에 감싸진 과일을 한 번 더 포장한 랩이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고 카페에서 커피를 시키면 빨대는 괜찮아요 거절하게 되었다. 친환경, 생분해 용기 등을 사용한 가게를 만나면 갑자기 호감도가 올라가고 응원하게 되었다.


그래도 비건은 쉬이 도전할 수 없었다. 우선 내가 먹는 것에 그 누구보다 진심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삶에 의미 있는 몇 가지를 골라 정의를 내리자면 음식은 나에게 일희를 느끼게 하는 선물이고 그중 고기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불편함이라는 감정이 어느새 발목까지 쌓여버린 눈처럼 내 마음 한 구석에 켜켜이 쌓여갔다. 우유를 마시려 할 때 젖소가 생각이 났고, 계란을 먹으려고 할 때 닭이 자라고 생활하는 환경이 떠올라 눈살을 찌푸렸다. 소고기를 소비하는 게 지구에 안 좋다는 걸 알고 나서는 이 모든 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마음을 먹었다. 더 늦기 전에 일주일이라도 비건으로 살아봐야겠다. 도저히 무리였어라며 실패하더라도 도전을 해야겠다.

이전 23화 일 벌이고 수습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