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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Apr 28. 2021

단순한 것이 전부일 수 있다

비건 일주일 그리고 다시, 비건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비건에 도전해봤다. 시작은 단순한 이유였지만 이전으로 쉽게 돌아가지는 못할 것 같다. '아무튼, 비건'이라는 책에서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느냐고 질문했다. 나는 우리 집 '보리'와는 연결되어 있었지만 소와 돼지, 닭에 대해서는 연결이 끊겨 있었다. 뭉뚱그려 '고기'로 명명하면서 내가 기르지 않으니까, 지금 내 눈 앞에 없으니까 라며 정당화했다. 하지만 비건으로 일주일을 지내면서 실만큼 얇을지라도 연결을 회복하고 있다. 앞으로 내 삶은 엉망진창 앞뒤가 다른 모순 덩어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실 한 가닥이라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과 육식을 하는 것에 대한 부채감을 느끼게 되었다는 점이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 앞으로 한 끼라도 하루라도 채식을 실천하며 실을 가닥가닥 꼬아나가겠다.




비건 빵을 구입할 때마다 당일에 먹는 것이 좋고 그렇지 않으면 냉동보관을 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트에 진열된 빵, 일반 빵집에서 파는 빵들과 무엇이 다를까?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금새 비건 빵이 단순하기 때문이다는 답을 내렸다. 사실 빵은 밀가루와 물, 약간의 이스트면 충분히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오래 진열하기 위해, 좀 더 하얗게 만들기 위해 등의 이유를 붙여 빵 하나에 수많은 화학재료들이 들어간다. 유행처럼 돌아오는 웰빙, 친환경, 유기농이라는 키워드는 이런 복잡함의 굴레에서 벗어나 단순함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점점 복잡해지는 세상 속에서 내가 먹는 음식만이라도 단순하길 바라는 사람들의 염원이 담긴 건 아닐까? 


단순한 재료로 기본에 충실하기. 앞으로 내 삶의 방향 또한 이러하면 좋겠다. 비건을 일주일 도전하면서 제대로 요리를 한 적이 없어 아쉬웠는데 이제는 기본에 충실한 요리에 더 욕심이 생긴다. 제대로 하겠다며 무작정 복잡해지는 것보다 나를 위한 요리에 집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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