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한다정 Oct 22. 2021

일 벌이고 수습하기

글로 먹고살기 위한 과정

글을 잘 쓴다. 언니가 쓴 책이 나오면 읽고 싶다. 이 글을 쓴 사람이 궁금해진다. 겉치레일 수도 있는 이런 말이 나에겐 너무 달게 느껴졌다. 칭찬 잘 듣지 못하는 나이여서인지 칭찬 하나가 나를 들뜨게 하고 날뛰게 만든다. 몇 마디 덕분에 글에 대한 흥미가 더욱 생고, 짧은 글이라도 쓰게 고 영감이라는 녀석을 찾아 헤매기도 하며 꾸준히 글을 쓰게 되었다. 그렇게 글과 가까운 삶을 지향하게 되었다.




글로 먹고 살기. 나는 요즘 이 목표를 위해서 일을 벌이고 수습하는 과정 속에 살고 있다. 목표는 내가 쓴 글을 읽고 내가 쓴 다른 글까지 찾게 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베스트셀러를 쓰는 스타작가가 되는 것보다 어려운 일 같지만 진정성 있게 꾸준히 쓰다 보면 누군가에게 와닿지 않을까, 글로 소통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 중 왜 하필 글이냐고 물으면 다 커서 들은 칭찬이 너무 꿀 같아 그 단맛을 잊을 수 없어서라고 대답하겠다. 어릴 때에 글을 잘 쓴다는 칭찬 들은 기억도 없고 내가 쓴 글이라곤 일기뿐이었는데 다 커서 들은 따뜻한 칭찬으로 글을 좋아하고 잘하고 싶게 만들었다. 역시 칭찬은 나를 춤추게 한다.


그래서 요즘은 차갑고도 냉정한 현실에서 글이라는 수단으로 어떻게 먹고살 수 있을지, 돈과 교환되는 글을 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이에 대한 도전을 하는 중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글 쓰는 나'는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는데 요즘에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글을 좋아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나를 소개를 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며 기회를 찾다 보니 어떠한 글이라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중 하나로 영도문화도시센터에서 발간하는 '다리 너머 영도'라는 웹진에 시민 편집 위원단으로 함께 하게 되었다. 다수의 독자가 있는 곳에 글을 쓰게 되어서 굉장히 설레고 긴장된다. 나중에 보면 부족한 글이 될지라도 지금의 최선을 다해서 내 마음이 담긴 글을 쓸 것이다. 난생처음 인터뷰도 해봤다. 글이 욕심만큼 써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 모든 과정이 다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한 자, 한 자 적어갈 것이다.


나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이리저리 다니다 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도 잦아졌다. 나는 사람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채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집 생각이 간절해질 정도로 모든 에너지를 쓰고 집에 오자마자 기절하듯 잠드는 날이 많아졌다. 하나라도 더 듣고 알고 싶어서 몸과 마음은 바쁘지만 그래도 너무 뿌듯하다.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고 이어가면서 배우는 것이 많다. 열심히 하는 태도, 사려 깊은 언어와 깊이 있는 생각에 놀랄 뿐만 아니라 고민의 답을 찾게 되고 또 다른 질문을 던지게 된다. 1인분도 채 되지 않았던 내가 함께라면 1.5인분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 몸소 체험하는 중이다. 


눈에 띄는 결과물이 없어서 간혹 지치기도 하지만 매일매일 다른 색으로 칠해지는 하루가 재미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그러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때의 뿌듯함이 원동력이 된다. 그러다 방전해서 하루 종일 충전해야 하는 경우 생기지만 나는 오늘도 집 밖으로 나가본다.  일을 벌여다.

이전 22화 세상에서 제일 짧은 싸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