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가볍게 기지개를 켜고 휴대폰을 본다. 몇 시인지 확인하고 카카오 웹툰에 들어간다. 오늘의 웹툰이 뭐더라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웹툰 하나를 클릭하고 있다. 그렇게 몇 개 보다 보면 15분은 순식간이다.
아 정신 차려야지.
침구를 개고 정신 차리기 위해 양치를 한다. 침구를 갠 그 자리에 요가 매트를 편다. 몇 분이면 끝날 걸 알지만 마음의 준비는 필수. 휴대폰을 켜고 스톱워치 화면을 띄운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매트에 엎드린다. 팔꿈치가 어깨 넓이로 벌여져 있는지 확인하고 손가락이 닿는 곳에 휴대폰 화면을 둔다. 발끝을 매트에 새우는 것과 동시에 시작 버튼을 누른다. 자연스레 배에 힘이 들어온다. 의식적으로 엉덩이까지 힘을 주며 호흡한다. 하-나, 두-울, 세-엣. 일부러 휴대폰 화면은 보지 않는다.
아 벌써 힘들면 안 돼. 집중하자, 집중!
천천히 호흡을 열까지 센다. 아마도 30초가 지났을 것이다. 다시 하나부터 시작한다. 하-나, 두-울. 열까지 세는 걸 세 번 정도 반복하면 배의 윗부분에만 들어왔던 힘이 아랫부분까지이어지고쥐어짜지는 기분이 든다. 점차 호흡이 빨라진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확인해본다. 1분 34초. 예상한 정도이지만 아직 목표 시간까진 거의 1분이 남았다. 심장이 빨리 뛰고 몸에 열이 오르기 시작하지만 호흡을 가다듬으려고 노력한다. 다시 하나부터 열까지 새고는 휴대폰 화면을 본다. 1분 50초. 이제 호흡을 셀 여유는 없다.
아 허리가 꺾이면 안 되는데.
덜덜 거리는 몸을 버텨본다. 다행히 버티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른다. 2분 10초. 후후. 15초.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얼마 안남았다! 25초! 으악 이젠 한계다. 마지막 하나-, 둘, 셋. 30으로 변하는 숫자를 보고 철퍼덕하고 쓰러진다. 괴상한 숨을 내쉬며 스톱워치를 멈춘다.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체력을 기르자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아침마다 플랭크를 한다. 매트를 펴는 것부터 힘들었던 2주 전과 비교하면 나름의 습관으로 자리 잡았는지 이전보다는 편하게 시작한다. 그렇다고 해도 플랭크가 편해진 건 아니어서 매일아침마다 싸움이다. 처음 호기롭게 플랭크를 시작하였을 때는 예전의 기록을 생각하면서 2분 20초는 버텨야지라고 생각하였는데 시작하자마자 몸이 덜덜덜 거려서 2분 20초는 무슨, 지금 이걸 계속해? 말아? 하는 생각부터 스쳤다. 과거의 나한테 지기 싫은 마음에 죽을 둥 살 둥 버텨서 2분을 간신히 넘겼지만 과연 이걸 매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1시간도 아니고 분 단위의 짧은 시간인데 이 정도도 할애하지 못한다는 걸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어 결국 매일 나와의 싸움을 시작한다. 몸이 덜덜거리는 건 똑같지만 아주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어 10초는 더 할 수 있겠는데? 하며 시작하기도 한다. 결국 5초 정도 더 버티는 게 다지만 점차 초를 늘려가는 게 꽤 뿌듯하다.
내가 요즘 겪는 경험은 나를 성장시키는 중이겠지만 눈에 띄는 결과로 보이는 건 아니다. 마치 바다, 아니 호수에 떨어지는 한 방울의 물일 뿐이다. 이 한 방울은 호수를 넘치게도 하지 못하고 어디로 갔는지 확인할 수도 없다. 이런 티 나지 않는 경험들이 언젠가 돌을 깨는 한 방울이 되길 바라며 꾸준히 쌓아나갈 뿐이다. 그래서 지금 매일 아침의 소소한 성취감이 너무 소중하다. 내가 한 만큼 결과가 나오고 점점 늘어가는 게 숫자로 보이니 호흡이 가빠지고 배가 쥐어짜지는 만큼 뿌듯하다. 과연 몇 분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매일 나와 이 짧은 싸움을 계속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