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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Aug 27. 2021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건

덕질에는 끝이 없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어떤 날씨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여러 가지 취향을 물어보는 질문 중에 유서 깊은 질문이 있다.


"넌 누구 좋아해?"


지금은 음악 방송에 나오는 아이돌을 보며 이렇게 어린 아기들이 나온다고? 하며 세월이 지났음을, 나이가 들었음을 느끼지만 나도 덕질에 진심이던 때가 있었다. 중학생 때, 원더걸스와 카라, 소녀시대가 노래마다 대박을 터뜨릴 때부터 대학생이 되어 프로듀스 101에 투표를 했던 때까지 친구들과 만나면 우리의 이야기는 어느 그룹의 누구를 좋아하는지부터 시작했다.


나는  한 명으로 꼽기 힘들 정도로 많은 아이돌을 품었다. 그때 그 시절 동방신기의 시아준수부터 카라, 미에이의 수지, 처음 앨범을 샀던 위너까지. 성별과 장르를 가리지 않 좋아했고 예전만큼은 아니겠지만 아직도 지치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아이돌을 좋아한다. 거기다 틈틈이 봐 온 드라마의 우들까지 내 마음속에 들어와 있다. 한 작품을 통해 어떤 배우에 빠지면 과거작을 죄다 섭렵할 정도이니 덕질에는 끝이 없다.


실제 내 방은 작고 소중한데 마음속은 어찌나 넓은지 꽤나 많은 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생겨나기만 한다. 최근에 또 한 번 덕통사고를 당했다. '덕통사고'는 예상치 못하게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처럼 갑자기 어떤 대상에 빠지게 된다는 뜻의 단어이다. 반하는 순간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오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갑자기 '젤리나 졸리'라는 이름의 방이 턱 하고 생겨버린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설명하기 힘들다. 액션은 마블이 다였고, 누아르, 공포, 스릴러눈을 감고 있는 시간이 더 긴 콩알만 한 심장에 말랑말랑한 취향을 가진 내가 액션을 찾아보게 된 지금의 상태를 말이다.


덕통 사고의 계기는 이렇다. 졸리 언니(멋있으면 다 언니니까.. 주책이래도 내 글에서만큼은 언니로 표현해야지)가 검은색 옷에 흑발까지 하고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솔트' 안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영화는 안젤리나로 시작해서 졸리로 끝났다. 이 짧은 문장으로 언니의 멋짐이 다 설명되지는 않지만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남는 건 졸리 언니뿐이었다. 피 튀기고, 총 쏘 장면이 언니를 만나서 예술이 된 느낌이었다. 화면 가득 언니의 얼굴이 잡힐 때 헉 소리가 절로 났고 화면 하나하나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졸리 언니 덕분에 내게 액션이라는 세계도 열린 것이다. 뒤늦은 덕통사고는 볼 수 있는 과거작이 많다는 점에서 축복이다. 어릴 때 봤던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툼 레이더를 다시 볼 수도 있고 말레피센트, 투어리스트, 원티드 등 언니가 열일한 덕분에 덕후는 심장이 뛴다.




이렇게 수없이 덕통 사고를 당하고 홀린 듯 파게 되는 게 너무 좋다. 좋아하는 사람이 내 세계를 넓혀주고 취향을 만들어주니까. 마음이 얼마나 언제까지 넓혀질지는 모르겠지만 품을 수 있을 만큼 가득 품고 싶다. 그러다 좋아하는 것들에 파묻히게 되더라도! 애정하는 아이돌, 배우, 웹소설, 웹툰, 영화를 넘어 언젠가 외계인까지 품게 될 그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조용한 덕질을 계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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