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30분 스트레칭 혹은 요가. 반년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와 잘 지켰던 약속이자 흔들림 없이 굳어졌다고 생각한 루틴이 깨졌다. 틈틈이 다양한 운동을 하며 어느 때보다 건강하다고 자부했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몸이 삐거덕거리고 있다.
나의 운동 인생을 살펴보면 초등학생 때는 계주도 나갔었고 수영 선생님께 운동신경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었다. 점차 학년이 올라가면서 정말 잘 달리는 친구들에게 계주 자리는 놓쳤지만 체육 수행평가 특히, 오래 달리기처럼 다 같이 하는 종목은 악으로 깡으로 상위권에 드는 타입이었다. 운동신경 외에도 몸이 유연하다는 이야기를 어릴 때부터 들었다. 상체를 접어 손이 발에 닿는 건 물론이고 그 상태에서 허벅지와 배를 붙이는 것까지도 가능하다. 지금은 요가 덕분에 앞 뒤로 다리를 찢는 동작도 할 수 있다. 성인이 되면서 운동에 관한 승부욕이나 지구력은 잃어버렸지만 몸이 굳는 느낌은 싫어해서 스트레칭은 꾸준히 해왔다.
최근에는 내 건강은 나밖에 챙길 사람이 없다는 생각으로 약간의 의무감을 가지고 요가, 필라테스, 헬스 등 여러 운동에 도전했다. 근육이 펌핑되는 느낌, 나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사실은 많이 지는) 느낌의 헬스도 분명 성취감이 있었다. 그런데 워낙 스트레칭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요가가 나에게 좀 더 맞는 느낌이다. 호흡과 함께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몸을 움직이다 보면 다른 생각을 안 하게 되어 좋다. 기분 좋게 땀을 내고 나면 곳곳에 숨은 근육까지 풀려 개운하다.
최근에 방 구조를 바꿔보려고 이리저리 가구를 옮기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잠깐이면 낫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다 나을 때쯤 또 삐끗하여 결국 정형외과를 갔다. 의사 선생님이 X-ray 사진을 보면서 5번, 6번이 안 좋다고 하셨다. 다른 뼈 사이는 일정한 간격이 있는데 5번과 6번을 보면 한쪽은 가깝게 붙어 있고 다른 한쪽은 벌어져 있었다. 내가 봐도 무언가 잘못된 것처럼 보였다. 이런 경우 약을 먹으면 보통 한 달 내로 회복되는데 그렇지 못하면 큰 병원에서 CT 사진을 찍어 봐야 하고 아마 높은 확률로 디스크일 거라는 말을 덧붙이셨다. ... 디스크? 내가 디스크라니? 의사 선생님의 말은 공신력이 있어 파괴력이 엄청났다. 이미 디스크가 확정된 것처럼 심장이 쿵하고 떨어졌다.
위급상황을 맞아 내 몸을 절전모드로 바꾸었다. 의사 선생님이 "가급적 누워 계세요."라고도 했고 찾아보니 내가 시원하다고 느꼈던 허리를 좌우로 돌리는 스트레칭은 허리에 최악이었다. 요가 동작 중에도 허리를 신전하는 동작은 좋지 않았다. 1-2주 동안은 낫는 데에만 집중했다. 조심히 움직였고 처방받은 약을 안 빼놓고 꾸준히 먹었으며 요가나 스트레칭도 일단 다 멈추었다. 그러면서도 이제까지 해온 게 있으니 잠시 쉬어도 괜찮을 거야 위안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얄궂게도 편안함에 금방 적응하여 허리가 회복되는 게 느껴지는데도 크게 안 움직이게 되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고 갑자기 위기의식이 들었다. 내 몸을 너무 방치해둔 것 같았다. 잠깐이라도 작고 쉬운 동작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당연하게도 몸은 이미 굳어있었다. 예전에 편안했던 동작을 하는데도 힘이 많이 들어가 땀이 흠뻑 나고 다리는 덜덜거렸다. 기름칠 안된 로봇처럼 몸이 삐그덕거렸다. 이 정도가 될 때까지 스스로를 돌보지 않았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다. 내 몸은 내가 챙겨야 한다는 걸 아는데도 안 움직이는 건 미련했다. 고장 난 몸을 고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이런 일에는 요령이나 지름길이 없다는 걸 안다. 하루에 30분이라도 시간을 내어 몸을 점검하고 기름칠하는 작업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