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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Jul 30. 2021

뜻이 있는 곳에 글이 있다

취향을 공유하는 모임

이번 주 토요일에 세상을 구하러 간다!


이게 무슨 황당한 말인가 싶겠지만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의 사전 독서 모임 프로젝트의 슬로건이 '스토리로 세상을 구하라.'이다. 그리고 나는 프로젝트에 참하게 되었다. 독립서점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SSA(Story Security Agency) 비밀 요원 프로젝트는 출간되지 않은 책을 먼저 읽은 후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추천사도 쓰는 프로젝트이다. 드디어 내일이면 각자의 은신처에서 요원들과 접선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를 포함하여 이번 달에는 독서모임이 4개나 있다. 전부 내가 원해서, 내가 뿌려놓은 씨앗들인데도 낯설게 다가온다. 아마 내가 처음으로 독서모임에 참여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책은 늘 혼자 읽었고 타인과 교류하는 접점을 꼽자면 새로운 책을 추천받을 때뿐이었다. 그동안 독서모임이 궁금하긴 했지만 오픈 채팅방 겁이 났고 유료로 독서모임에 참여하자니 그 정도의 뜻은 아니라고 생각다. 그렇게 미루면서 1년 정도 호기심을 묵혀두었더니 호기심이 불어나서 추진력이 버렸고 여기저기 보이는 독서 모임에 다 신청하게 되었다.


먼저 영도문화센터에서 문화동아리를 지원하는 사업에 '서로서로'라는 독서 동아리로 참여하게 되었고 앞서 말한 SSA 프로젝트는 모집글보자마자 연락다. 추진력을 얻은 이 타이밍에 서정다방에서 하는 시 스터디에 결원이 생겨 게스트를 모집하였 운이 좋게도 내가 참여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두두디북스에서 팬데믹을 주제로 하는 7월 독서모임에도 호기롭게 신청하였다. 이렇게 뜻이 있는 데 길이, 아니 글이 있었다. 그리고 무턱대고 신청하긴 했지만 독서모임 또 없나? 하고 느낄 정도로 전부 각각 다른 매력이 있었다. 특히 새로운 사람과 취향이 섞인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게 즐거웠다.


시 스터디의 경우에는 기존에 쓰인 시에 대해서도 아쉬운 점을 말하는 게 인상 깊었고 내가 쓴 시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신기하고 소중했다. 서로서로는 늘 혼자 찾아가던 독립서점을 다 함께 찾아가서 서점에 관한 이야기부터 책에 대한 이야기까지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알고 지낸 시간이 긴 사람들과 함께 하는 모임이어서 마냥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이라는 지점에서 만나니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도 색달라서 낯선 만큼 들뜨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두두디북스의 독서모임 팬데믹이라는 주제에 맞게 '페스트'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처음 만난 사이지만 깊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어서 좋았고 배울 점이 많은 시간이었다. SSA  프로젝트는 아직이지만 분명 재미있는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독서모임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하면 어디 사는 몇 살의 누구인지, 부담스러울 수 있는 질문들은 넘기고 책에서 어떤 부분이 인상 깊었는지나 책에서 기대하는 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 등을 이야기하며 생각을 공유한다는 점인 것 같다. 처음이기에 낯설었지만 모든 사람에게 배울 점이 있었기에 나에게 너무도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책이라는 공통의 취향을 공유한다는 점도 너무 좋았다. 궁금한 만큼 무섭기도 기대되는 만큼 떨리기도 하였는데 '부딪혀보자!'는 심정으로 눈에 보이는 모든 모임에 신청한 게 이번 달에 가장 잘한 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여러 번 해보면서 말을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글은 몇 번이고 수정할 수 있지만 말은 입에서 나가는 순간 끝이기 때문더 어렵게 느껴진다. 친구와의 대화는 공감하고 경청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면 독서 모임에서의 대화는 짧은 시간 안에 내 생각을 명료한 문장으로 전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두두디북스의 관계자분 말하는 모습을 녹화하고 이후에 그걸 보며 스스로 피드백한다고 하셨는데 노력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나도 말하기 전에 내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기부터 시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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