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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May 28. 2021

5년 뒤의 나를 그려보다

꿈은 크고 원대하게

나는 계획 중독자이다. 매년 새해마다 목표를 정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번 달에 이루고 싶은 목표, 매일 해야 할 일들을 메모한다. 그리고 목표 대한 계획을 단계별로 계획을 이뤄나가려고 노력한다. 이렇게만 적으니까 되게 계획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사람 같지만 사실 나는 목표가 없으면 불안한 사람이다. 언제부터 이런 성격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중학생 때 아침 일찍 일어날 계획이었는데 평소처럼 일어났다고 어머니께 짜증 낸 기억이 있는 걸 보니 저 옛날부터 형성된 나의 일부 같다. 예민던 사춘기를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거나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우울해진다. (물론 그때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지는 않는다. 아마도!)


이런 성향은 스스로 채찍질하며 목표를 이뤄내는데 바탕이 되었다. 원하는 대학교에 입학을 하고 대학생활을 하면서도 '무언가를 했다.'는 사실 나에게 안정감을 줬다. 그리고 이렇게 인생은 계획대 순탄할 거라고 생각했다.

청소를 하다가 발견한 과거의 목표들, 결국 다 이뤘다!

러나 대학을 졸업할 때쯤부터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여실히 느끼게 되었다. '아쉽지만' 혹은 '귀하는...'으로 시작되는 불합격 통지는 내 인생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나 같은 인재를 못 알아본다고?'라고 말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인생 곡선이 엉키는 기분이 들었다.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져 있는 취업 시장에서 취뽀(취업뽀개기)못하면 6개월이 사라지는 것이고 나에겐 그게 곧 실패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늘 단단하고 안전한 돌계단만 걷다가 갑자기 내 발 밑에, 다음 걸음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길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때부터 도착지가 사라진 마라토너 혹은 망망대해에 떠다니는 부표처럼 존재는 하지만 디에도 마음 두지 못하고 부유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면서 많은 감정 마주하게 되었다. 이켜보면 계획형 인간의 계획대로 되지 않던 이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취업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지금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또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하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과정을 통해 예전보다는 단단한 사람이  수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5년 뒤 미래는 잘 모르겠고 상상할 수도 없었다.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할지 규정해두고 싶지 않았고 어디서 무엇이든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5년 뒤의 나를 구체적으로 상상해는 계기가 생겼다.




올해 4월 초에 춘천에 갔다 왔다.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니라 경험하고 싶은 공간이 있어서 떠나게 된 여행이었다.  좇다가 우연히 춘천의 첫서재라는 곳을 알게 되었는데 소개글을 읽자마자 심장이 쿵쾅거렸다. 내가 상상하고 그렸던 책방이었다. 첫서재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어떤 공간인지 이야기를 따라 읽다가 팬이 되었다. 이때가 마침 첫다락손님을 찾는 기간이었고 나는 여기에 지원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바로 메일을 보냈고 운이 좋게도 첫다락 손님으로 초대받을 수 있었다. '영광입니다.'로 끝나는 문장이 너무 뭉클했다. 첫서재는 산에서 기차나 버스로 한 번에 갈 수도 없는 춘천이었지만 내가 가고 싶고, 보고 싶고, 경험하고 싶은 곳이기에 위치는 그냥 위치할 뿐이었다. 마침 날짜도 생일 다음날이어서 깜짝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4월 2일, 미리 싸 둔 짐을 챙겨 첫서재로 출발했다. 아침 9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집에서 나섰는데 기차버스 타고 오후 4시쯤 첫서재에 도착할 수 있었다. 6시간의 이동이었지만 첫서재 앞의 작은 간판과 우편함을 보자마자 에너지가 솟았다.

다시 봐도 설레는 첫서재 입구

사진과 글을 통해서 상상했던 공간을 직접 마주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첫서재에서의 2박 3일 동안 어느 한순간 빼놓지 않고 다 소중하지만 특히 마지막 날 밤 작가님과 대화한 몇 시간이 정말 기억 남는다. (작가님이라는 호칭을 쑥스러워하셨지만 글과 책과 함께 하셔서 너무도 잘 어울리신다!) 어떻게 이 곳을 알게 되었는지 질문으로 시작한 대화는 어떤 삶을 살았고 지 무슨 고민이 있는지, 뭘 좋아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까지 이어졌다. 책이라는 공통점 때문일까 대화가 너무 재미있었다. 그리고 대화를 나눌수록 작가님은 좋은 사람, 멋진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 솔직한 태도를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언젠가 하고야 마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설명하는 사람. 눈을 반짝거리며 100가지 꿈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어른. '나도 좋은 사람이 돼야지.' 하고 또 한 번 마음먹는 순간이었다.


5년 뒤에 어떤 걸 숙박비로 드려야 할까 고민했는데 작가님과 대화를 통해 5년 뒤 나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꿀 수 있었다. 작가 되기(작가로 성공하면 더 좋고!), 첫서재 같은 공간 만들기. 막연해 보이지만 5년은 꽤 긴 시간이고 난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제 이를 위한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해나갈 것이다. 지금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 큰 이유도 첫서재이다. 어디에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에는 닿기를 바라며 묵묵히 글을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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