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같이 잘 살아보자
내 취향을 알게 된다는 건
책 읽는 걸 좋아하고
귀여운 것을 사랑하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재밌고
여름에도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많은 취향들이 있다. 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호불호가 확실한 사람을 부러워하는 사람이었다. 카페에서 메뉴판을 보지도 않고 바닐라라떼를 시키는 친구가 멋있어 보였다. 나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았기 때문에 스스로 무색무취, 취향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걸 깨달은 이후부터 연간 계획에 늘 내 취향 찾기가 적혔다. 내가 뭐할 때 기분 좋은지, 어떤 걸 좋아하는지 휴대폰은 바뀌어도 메모는 끊임없었다.
햇빛을 맞으며 산책하기, 센스 있는 선물을 고민하기, 가족들에게 요리해주기, 조용한 카페에서 책 읽기... 메모장에 하나둘 나의 기호들이 적혀갔다. 그렇게 나와 평생 함께할 '나'에 대해 알아가게 되었다. 내 일상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나가다 보니 행복하다고 말하게 되는 순간이 많아졌다. 얼마나 자주 말했는지 유행어도 아닌데 내가 '아~'하고 운을 띄우면 친구들이 '행복하다!'라고 대신 외쳐주기도 했다. 작은 일에도 기뻐하고 행복한 순간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게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무색무취라고 생각했던 예전과 다르게 작은 선택에도 내 취향을 담아낼 수 있었다. 내가 결정 내린 작은 선택들이 만족감을 주었고 자신감이 되었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단단해진 것 같다. 싫어하는 일은 거절할 줄 알게 되었고 마음 가는 일이라면 덜 고민하고 해 보는 쪽으로 결정 내렸다. 내 감정에 솔직해졌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으로 떠나는 것도 무섭지 않았다. 이런 내 모습이 꽤 만족스럽다는 게 제일 좋다.
여전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갈게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좋아하는 것들, 사랑하는 것들 그리고 나를 이루고 있는 부분들까지 모두 마음에 드니 앞으로 찾아갈 나 또한 그럴 거라고 믿는다. 작고 사소한 것에도 감사해하고 기뻐하기, 순간순간 찾아오는 행복을 눈여겨보기. 이런 내 모습을 잃지도 잊지도 않으며 나를 찾는 일을 계속해갈 것이다. 벌써부터 미래의 내가 궁금하고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