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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Sep 10. 2021

95년생의 유서

인생의 마지막을 그려보기

인생의 마지막을 그려보기

죽기 전 꼭 해야 하는 10가지, 20대 때 안 해서 후회하는 일 5가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글은 쉽게 지나치지 못했다. 주어진 시간을 잘 쓰기 위해서는 먼저 경험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게 내가 생각한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어떤 걸 후회하고, 어떤 건 꼭 해야 하는지를 알고 내 시간을 야무지게 쓰고 싶었다. '80년대생들의 유서'라는 책도 이런 이유에서 고르게 되었다.


죽음을 앞두고 있다고 상상한다면 어떤 걸 후회하게 될까 궁금했고 인생을 먼저 살아간 사람들에게서 그 답을 찾으려고 했다. 그리고 보통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할 때는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살피는 게 먼저니까. 죽음에 임하여 남기는 글써본 적이 없어서 남들은 죽기 전에 어떤 글을 쓰는지 궁금했다. 이 책은 1장에 작가의 경험과 생각이, 2장에는 80년대생 14명의 인터뷰와 자필로 쓴 유서가 담겨있다. 정답은 찾지 못했지만 흔히 화두에 오르지 않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충분했다. 14명의 유서는 담담한 어투로 적어 내려갔지만 그 안에 사랑, 슬픔, 미련이 느껴져서 슬펐고 같이 울어주고 싶었다.




책을 다 읽고 부록으로 함께 온 엔딩 노트를 펼쳤다. 구체적으로 그려본 적 없었던 죽음, 유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엔딩 노트에는 작가가 인터뷰에서 했던 질문들이 실려있어 답을 적으며 생각과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 내가 힘들 때 나를 위로해줬던 것이 있었나요? 죽음에 대해 어떤 것이 가장 두렵나요? 유서에는 어떤 내용을 적고 싶나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모두 사람이었다. 나는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나는 사람이라는 게 명확하게 보였다.


존재만으로 든든하고 힘이 되는 내 주변 사람들이 위로였고, 그들이 느낄 슬픔이 가장 두렵고, 그들의 행복을 바라는 글을 유서에 적겠다고 답했다. 나 혼자도 너무 괜찮았던 날들이 있었는데 아마 그때도 주변에 있는 좋은 사람들 덕분에 괜찮았나 보다. 이렇게 고마움을 다시 한번 느끼고 나니 삶에 후회가 없다. 이들 덕분에 행복했고 그거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유서를 써보고 나서야 '유서를 써본 이후로 어떻게 죽을지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작가의 말이 와닿았다. 하고 싶었던 일들을 미루지 말아야겠다. 가족들과 좋은 곳에서 맛있는 한 끼를 먹는 일, 주변 사람들에게 덕분에 행복하다고 말하기. 생의 마지막 순간에 충분했다고 느낄 수 있게 더 많이 표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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