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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다정 Jul 15. 2022

제가 뭐하는 사람이냐고요?

저는 독립서점을 차리려고 했는데요~

나는 쉬지 않고 움직이는 중이다. "남는 건 사진이 아니라 경험이다."라고 생각해서 재미있어 보이는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고 판단되면 무조건 직진해서 다 하고 있다. 일이 겹치는 날도 종종 있어 쓰러지듯 잠드는 날도 꽤 된다. 그런데 "무슨 일하세요?" 하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답하기 어려웠다. 딱히 보여줄 만한 결과가 없기에 다른 사람들 눈에는 취업준비 안 하는 취준생, 백수이다. 꿈이 있고 목표가 있고 그 어느 때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명확한데 그걸 설명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제가 책을 좋아해서 독립서점을 차리려고 했는데요.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분들의 책을 읽어보면 '커피 한 잔을 내리고 책을 읽으며 여유롭게 책방 문을 연다.'는 상상을 가지고 차리면 안 된다는 얘기가 너무 많더라고요.  그건 불가능하다고. 저는 그러고 싶었는데. 그래서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돈을 벌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북스테이를 차려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지금은 그 과정에서 돈을 모으려고 이것저것 제가 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품이 나올 정도의 긴 설명이 필요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간단하게 "글을 좋아하고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라고 하지만 작가가 아니었고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하는 중입니다."라는 말은 충분하지 않았다. 나는 작가도, 문화기획자도, 예비창업자, 기타 등등이 모두 아니다. 한 단어로 명쾌하게 나를 소개하기엔 부족하다. 이것저것 하는 건 많은데 왜 이럴까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 하는 일로 돈을 벌고 있지 않아서였다. 저 사람은 뭐하면서 먹고 사는지가 궁금해서 무슨 일하냐고 물어보는 데 내 인사말에는 꿈만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지금 뭘 하는지 또 설명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일이 나를 정의 내리게 하고 싶진 않다. 예를 들어 지금 11월까지 돈을 받으며 프로젝트 총괄 보조로 일하고 있지만 나를 '총괄 보조'로 소개하고 싶지 않다. 저 한 단어로 나를 설명하기엔 나는 다채로운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정의하는 단어를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꿈과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 있는 사람, 재미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 이런 사람을 뜻하는 단어가 없다니 각박한 세상이다. 단순하게 N잡러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이 분명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다들 어디에 꽁꽁 숨어있을까. 우리를 정의하는 단어가 없기에 드러나지 않은 건 아닐까. 나는 누구일까? 우리는 누구일까? 어떤 단어가 우리를 설명하고 정의 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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