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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May 02. 2017

어머니의 노래

아침에 해가 뜨더니 다시 오월이다.

계절의 여왕이라거나, 장미의 계절이라고도 부르는 오월. 작년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오월은 내게도 기념할 날이 많은 가정의 달이고 장미의 계절이었다.

그러나 올해부터의 오월은 어머니께서 내 곁을 떠나신 달이 되었다.

어머니께서 창문 너머로 보시던 뒤뜰에는 올해도 영산홍이 붉게 피었고, 죽단화는 노랗게 피었으며, 사랑초도 수줍게 연분홍 얼굴을 내밀었다. 베란다 화분에선 목마름을 참고 견딘 난이 청초하게 꽃을 피워 올렸다.

영산홍도, 죽단화도, 사랑초도, 난초도, 나처럼 생전의 어머니 모습을 기억하고 그리워할까?

어머니는 나를 잊으셨을까?

못난 아들을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하시고 늘 고맙다 말씀하셨는데, 사진 속에서 나를 보시며 저리도 아름답게 미소 짓고 계시는데 잊으실 리 없지.

60이 된 아들일망정 엄마 손 잡고 아장아장 걷던 어린 아들의 모습을 떠 올리며 하늘에서도 미소 지으시겠지.


재작년 가을, 외할머니의 무덤가에서 섧게 우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속없는 아들에게 말하지 못하고 가슴속에 담아 두셨던 어머니의 말씀들이 곡성이 되어 하늘을 돌다가 후드득 눈물로 떨어졌었다.

미련한 아들은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서야 어머니께서 흘리신 눈물의 의미를 가슴으로 깨닫는다.

외할머니를 향한 그리움에 가슴 저미셨을 어머니의 아픔이 내 가슴에 아프게 와 닿는다.

어머니 무덤가를 흐르던 바람이 소용돌이쳐 오르며 바람의 노래를 부른다.

어머니께서는 생전에 노래를 즐겨 들으시고 부르셨다. 나도 모르게 따라 부르던 어머니의 노래는 고왔다. 어머니의 노래가 내 가슴에 바람으로 부서진다.


내 아들은 나를 어떤 노래로 기억할까?

세상을 정리하고 떠나야 함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되는 어느 늙은 날, 나도 어머니를 그리며 섧게 울다가 어머니의 노래를 부르지 않을까?     


가슴의 먹먹함이 눈으로 옮겨와 눈이 빠질 것처럼 아프다. 눈물이 삐져나와 볼을 타고 흐른다. 이 눈물로 어머니께서 보시고 좋아하셨던 난초의 목마름을 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눈물로 어머니의 손등을 닦아 드렸으면 좋겠다.

어머니와 밥상을 마주하고 앉아 밥을 먹을 때마다 뵈었던 수전증으로 덜덜덜 떠시던 어머니의 손이 그립다. 나를 아프게 키워내신 어머니의 하얀 손을 잡아드리고 싶다.

오늘 밤 꿈속에 어머니께서 살짜기 오시기를 기다리며, 그리움에 검은 밤이 허옇게 되도록 어머니의 노래를 불러본다.

♬ 당신 그리워 사무친 이 가슴 살짜기 살짜기 살짜기 옵서예 ♪

♬ 꿈에도 못 잊을 그리운 님이여 살짜기 살짜기 살짜기 옵서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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