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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Aug 18. 2017

하바롭스크 2일 - 종교와 콜버그 도덕성, 전통시장

일요일, 아무르 강변에 있는 황금색 지붕의 하바롭스크 대성당에 들어서니 마침 미사를 드리고 있었다. 미사를 보는 신자들이 쓴 미사포 색깔이 붉거나 푸르거나 보랏빛 등 다양한 색상이다. 우리나라 성당에서 미사포 색은 흰색과 검은색 둘 중 하다. 우리나라 성당은 미사를 드릴 때 신부님이 강단에 서서 강론을 하고, 신자들은 의자에 앉아 듣고 기도하고 찬송가를 부른다. 하바롭스크 대성당에서는 미사를 드리는 곳에 벽을 따라 가장자리에 쉴 수 있는 의자 몇 개만 있을 뿐, 사람들은 서서 미사를 드리고 있었다. 내가 머무르는 시간이 40여분 정도였으나 찬송가도 부르지 않았다. 여러 명의 신부님(?)들이 부분적으로 공개된 별도 공간에서 기도하고 말하며 움직이는 모습들이 보였지만, 신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었다. 신자들은 기둥 이곳저곳에 설치된 성화 액자 앞에서 가느다란 초를 들고 기도하고 성화에 입을 맞추었다. 실제 빵조각과 음료수를 주는 점도 특이했다. 나도 신부님 앞에 서서 가톨릭 신자임을 밝히고 성호경을 그었는데, 어디서 왔느냐 묻는다. South Korea에서 왔다고 하니 머리에 손을 얹어 축성을 해주지 않고 거절한다. 우리나 성당에서 받은 세례를 러시아 성당에서는 인정을 안 하는 것이다. 가톨릭도 몇 개의 파로 나뉘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다.  러시아에 있는 가톨릭과 우리나라에 있는 가톨릭의 성격이 다른 것 같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종교에서도 다양한 관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기도를 들어주는 예수님이 하늘에서 내려다보시며 흰 미사포를 쓴 사람의 기도는 들어주고, 붉은 미사포를 쓴 사람의 기도는 모른 체 할 만큼 속이 좁지는 않을 것이다. 기도하는 간절한 마음이 중요하지, 기도할 때 무슨 옷을 입고, 무엇을 썼느냐로 구분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모습이든 마음을 다해 정성껏 기도를 하느냐, 겉모습은 경건하지만 형식적으로 기도를 하느냐에서 차이가 나지 않을까?

나는 평상시에도 '성당에서 꼭 이래야만 한다.'라고 말 할 때, 굳이 그렇게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 해왔었다. 사실 성당에서 하라는 많은 것들이 정말 예수님 살아계실 때 '예수님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했을까?' 싶은 것들이 많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이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는 규칙을 만들어 덧 붙여 가고 있을 뿐, 그 규칙이 믿음 자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종교에서 현재  모습이 앞으로도 계속 그대로 이어지는 것도 있겠지만, 변화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신부님이 강론 시간에 '예전에는 저렇게 미사를 드렸는데 지금은 이렇게 미사를 드린다.'라고 말하는 걸 들었었다. 하느님의 말씀을 기록했다는 성경조차 새로 나온 개정판이 있는 것을 보면 그렇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후에, 사람들이 스스로 만든 규칙에 묶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필요는 없다. 적어도 내 생각은 그렇다.

로렌스 콜버그는 하인즈 딜레마를 이용해 어떤 판단을 내리고 행동하는가에 따라서 도덕성을 여섯 단계로 나누었다. 최고 단계의 도덕성인 6단계는

후 인습적 단계로  보편적 윤리 원리 수준을 지향한다. 5단계는 개인의 권리와 사회 계약 수준으로 법이 만들어진 근본 원리와 이유를 따져 법을 초월하기도 하는 단계이다. 4단계는 사람들이  약속하여 만든 법과 규칙이므로 법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수준이.

우리 사회, 4단계의 법과 질서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많지만, 드물게 4단계를 넘어서는 사람들도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규칙에 묶이지 않고 자유로운 5단계 -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삶이다.


아무르 강에서 유람선을 탔다. 성인 1인당 350 루블, 왕복 한 시간 정도 아무르 강을 따라갔다가 다시 되돌아온다. 배를 타고 가면서 볼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오늘 오전과 전날 걸어 다니며 본 곳을 배에서 본 다는 것이 다르다. 시간이 나면 한 번쯤 타는 것도 경험할 만하다. 땅위 전망대에서 본 아무르강은 검게 보였지만, 배에서 내려다본 아무르 강은 황하처럼 누렇다. 물이 맑지는 않다. 강변에서 물놀이를 하고 햇볕에 몸을 태우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유람선에서 내려 해변을 따라 걸으니 전망대가 나왔다. 유람선에서 우리나라 관광객을 안내하고 있던 가이드가 유람선에서 내리면 전망대를 갈 것이라고 소개했다는 말을 듣고 우리도 전망대를 찾았다. 아무르 강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김정은이가 다녀간 곳이라는 한글과 러시아어로 된 안내문이 있었다. 여행 가이드 말을 들으니 김정은이 태어 난 곳이 하바롭스크라 했다. 그런데 한글 안내판은 누가 보라고 있는 것인가? 북한 사람인가? 남한 사람인가? 나중에 호텔에 와서 검색해 보니 북한에서 세웠다고 한다. 북한 사람들에게는 김정일이 백두산에서 태어난 것으로 선전하지만 김정일은 러시아 하바롭스크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하바롭스크 전통시장을 찾아 나섰다. 시내버스를 타면서 아들이 버스기사에게 전통시장을 가는지 확인하고 탔다. 우리 일행을 따라 전통시장에 간다며 버스기사에게 묻는 우리나라 아가씨 두 사람이 있었다. 중간에서 버스 기사가  우리나라 아가씨에게 러시아어로 뭐라고 하니 아가씨들이 내려야 되나 망설인다. 우리가 아니라고 더 가야 한다고 해도 아가씨들은 내려버렸다. 우리는 몇 정거장 더 지나서, 구글 지도에 미리 저장해 놓은 전통시장 지점으로 버스가 가까이 근접한 것을 보고 내렸다.  버스에서 내리니 바로 전통시장 근처다. 아가씨들이 우리말을 듣거나 우리처럼 구글 지도를 확인만했어도 도중에 내리지 않았을 텐데, 내린 후 어찌 되었는지 걱정이 된다. 어제 저녁 식당에서 만난 우리나라 청년 하나도 호텔을 찾느라 30분을 헤매며 고생했다고 했었는데, 우리는 한 번에 찾아갔었다. 새삼스레 우리를 이끌고 있는 아들이 고마웠다. 전통시장에는 과일과 채소, 옷과 모자 등을 팔고 있었다. 러시아 털모자는 유명하다. 모자를 파는 사람이 밍크털에 아래는 여우털이라며 자랑이 늘어진다. 아내와 매형이 털모자를 고르며 가격을 물으니 3,500 루블을 부른다. 나 혼자였으면 그냥 샀다. 그러나 매형이 Discount 하며 2,000을 부른다. 그러니 장사 3,000 루블로 가격을 내린다. 매형이 더 Down 하니 2,500 루블로 더 내려왔다. 털모자 두 개를 5,000 루블에 산 것이다. 전통시장이란 것, 부르는 게 값이라는 것을 내가 깜박한 것이다. 아내는 아침에 먹을 블루베리와 바나나, 사과를 더 샀고, 매형은 구두를 한 켤레 샀다. 전통시장 옆에 있는 백화점 식당에서 피자와 러시아 전통 음식 몇 가지를 시켜 먹었다.  아들이 학교 연구실에 가서 먹겠다며 러시아 전통차를 샀다. 오늘 하루 종일 하바롭스크를 걸었다. 스마트폰에 2만 걸음이 넘게 걸은 것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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