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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Aug 18. 2017

하바롭스크 3일 - 곰의 나라 러시아

오늘은 하바롭스크를 떠나 블라디보스톡으로 가는 날이다. 여행 계획을 할 때 하바롭스크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톡으로 가는 여정을 검토했었다. 하바롭스크 역에서 밤 9시에 출발하여 블라디보스톡 역까지 12시간을 기차에서 지내고 자면 너무 힘이 들 것 같았다. 자는 시간을 이용해 이동을 하니 여행지를 구경하는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겠지만 잠이 부족해서 몽롱하고 씻지 못해 꾀죄재 해진 몰골로 돌아다니는 것도 싫었다. 조금 덜 보더라도 충분히 자고 맑은 정신으로 여행을 할 수  있는 비행기를 이용하기로 하고, 오후 비행기로 블라디보스톡으로 이동하는 일정을 짰었다.


아침에 떠날 준비를 하고 호텔 근처를 돌았다.

하바롭스크는 공원이 많다. 길고 큰 공원이 레닌 광장을  중심으로 아무르 강까지 이어진다. 큰길을 사이에 두고 또 하나의 긴 공원이 있다. 3일째 공원을 지나는데도 처음 가보는 공원 지역이 있었다. 나무로 만든 조각들이 우리의 것과 다른 모습이다. 다르기에 볼만하다. 예술이란 영역의 작품은 그림이나 소리, 형상으로 다름을 담아내어 사람들을 생각하게 하거나 감동하게 한다. 예술가들 뿐만 아니라 세월도 거든다. 시간 속에서 예술 작품은 본래의 모습에서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는 묘미를 발휘한다. 긴 역사를 지나온 작품이 고색창연한 빛을 발하는 이유는 세월에 있다. 예술작품을 대하는 또 하나의 변수는 세월 따라 사람들의 해석 또한 달라진다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 의미를 다르게 부여하고 다른 관점으로 바라다. 결국 하늘 아래 영원불변의 것은 없다는 의미다.  생겨나고 변해가며 사라져 간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


월요일임에도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러시아 극동 지역의 지극히 좁은 일부를 3일째 보면서 러시아에 대한 내 고정관념이 변한다는 것에 어패가 있을 수 있으나, 편견이 깨지기도 하며, 또 다른 고정관념이 생겨나기도 함을 느낀다. 곰은 17세기부터 러시아를 상징하는 동물이고,  세계 최대의 곰 서식지다.

곰의 나라 러시아에 오기 전에는, 곰처럼 거친 남자들, 날씬한 모델 같은 여자들이 가득하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약하게 생긴 남자들을 보고, 넓은 땅덩어리에 맞게 푸짐한 여자들을 보면서 내 고정관념은 현실을 찾아갔다. 하기사 우리나라에도 송중기 같은 남자들이 있고 나 같은 남자들도 있지 않은가?


겨울에는 비록 얼어붙는 땅이라 할 지라도 넓은 땅을 갖고 있는 나라를 보면 부럽다. 널찍널찍하게 공간을 차지한 시설들을 보면 넉넉함이 묻어난다. 땅이 넓은 나라라고 마음까지 넓은 것은 아니다. 중국의 영토 분쟁과 일본이 독도를 욕심 내는 것이 그렇다. 억지를 부리는 일본을 보면 더 우습다. 역사적으로도 우리 땅이고, 실효적으로도 우리가  지배하고 있는 독도에 대해서  끊임없이 자기 것이라 시비를 건다. 우리나라의 실효적 지배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정작 댜오위다오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청일 전쟁 이후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니 자기 땅이라고 우긴다.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서 실효적 지배를 무시하기도 하고 주장하기도 하는 이중적 모순을 지닌다. 더 큰 문제는 부끄러움  마져 없다. 내가 모르기는 하나 다른 넓은 나라들의 사례도 더 있을 것이다.


세계는 힘이 지배한다. 도와 덕으로 정치를 하는 시대는 요순시대에나 가능했다. 우리나라가 힘이 강해졌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정치가 잘 되어야 한다. 시민들이 힘들게 벌어서 낸 세금을 꼭 필요한 곳에 쓰고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명박이 같이 헛돈을 쓰는 정치는 아니다. 칠푼이처럼 옷자랑만 하러 다니는 사람은 더욱 아니다. 제발 제대로 된 정치인이 나라를 이끌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시민들의 의식이 깨어있어야 한다. 시민이 변하면 정치가 변하고 정치가 변하면 시민이 변한다. 정치인은 결코 다수인 시민을 앞서지 못한다. 시민이 먼저 변하고 현명해져야 하는 이유다. 꽃밭을 겄고 보면서 별 생각을 다한다. 러시아에 있으니 내머리도 곰 머리가 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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