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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Aug 19. 2017

블라디보스톡 1일 - 공항에서 시내로, 아르바트 거리

하바롭스크를 14시 25분 약속된 시각에 정확히 출발한 비행기가 블라디보스톡 공항에 예정보다 빠른 15시 35분에 도착했다. 러시아 도시 사이를 운항하는 비행기(AUROA항공)라 승무원도 러시아인이고 승객도 대부분 러시아 사람이다. 안내방송은 러시아어와 영어로 해 준다. 비행기  안에서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나누어주는데 뒤쪽에 앉은 우리 차례가 올 때쯤엔 미트(소고기) 샌드위치가 2개 남고  피시(생선) 샌드위치 뿐이었다. 승객이 원하는 샌드위치를 주지 않고 다른 샌드위치를 주면서도  사과 한 마디 없다. 다행히 나는 미트 샌드위치를 받았으나, 아내는 생선 도막이 들어 있는 피시 샌드위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생선을 빼고 빵과 야채만 먹었다. 샌드위치를 다 먹을 때쯤 착륙 안내방송이 나왔다. 예정시간보다 10분 빠르게 도착했다. 비행기 요금은 우리 돈으로  4인 기준 276,338+신용카드수수료 13,819=290,157원(2017.2.23. 환율 기준)으로 1인당 72,540원이었다.


하바롭스크 공항은 국제선 옆에 국내선 공항이 같이 있는데, 국내선 공항이 국제선 공항보다  더 깨끗하고 좋았었다. 블라디보스톡 공항은 국내선과 국제선이 함께 있어서인지  하바롭스크 공항에 비해 규모도 크고 시설도 깨끗하고 좋았다. 그러나 인천 공항에서는 물을 먹을 수 있는 곳이 화장실 근처에 있었으나, 하바롭스크와 블라디보스톡 공항 모두 물을 사 먹어야 했다. 공항 바닥에는 방향표시와 함께 모스크바 7,000Km  싱가포르 5,690Km 거리 등 4개소의 지명과 거리가  표시되어 있다.


짐을 찾공항을  벗어나 건물 밖으로 나왔다. 공항 출입문 앞에 있 시내버스 승강장엔 버스번호와 함께 출발 시각이 적혀있었다. 블라디보스톡 기차역으로 가는 107번 시내버스가   마침 서 있었다. 버스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큰 버스가 아니라 미니버스다.  앉는 좌석이 운전석 옆 조수석 자리까지 합하면 20 좌석짜리 버스다.

공항에서 매시간 정시에 출발한다. 우리가 버스를 탄 시각은  오후 4시, 남은 좌석은 두 개, 이미 바퀴 달린 커다란 가방 다섯 개가 통로를 차지하고 있었다. 타야 할지 망설이는데, 운전사가 타라고 권한다. 이 버스를 타지 않으면 1시간을 더 기다려 5시 차를 타야만 한다. 타기로 결정하고, 통로에 있던 가방을 차곡차곡 쌓은 후 우리 가방 일곱 개도 쌓았다. 의자에 앉은 두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여덟 사람은 비좁은 통로에 섰다.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였지만 시간이 흐르니 적응이 되었다. 정확하게 해석은 안되지만 버스에 탄 승객들이 나누는 언어로 일본어, 러시아어, 중국어가 들린다. 비좁은 불편함은 지속되고 있었지만 느끼는 불편함의 강도가 처음보다 약해다. 사람은 환경에 적응한다. 불편함이 오래 지속되면  보통의 상태가 되고 당연하게 여겨지며 일상이 된다. 한 시간이 조금 못 걸려 블라디보스톡 기차역에 도착했다. 비행기도 시내버스도 빨리 도착해주며 우리를 돕는다. 그만큼 더 구경할 수 있으니 좋다. 여행자에게는 시간이 돈이다. 여행 총경비를 시간으로 나누면, 1시간이 얼마 짜리인지 바로 환산된다.


버스에서 내몸이 자유로워지니 생각이 더 자유로워진다. 어서 이 답답한 버스에서 벗어났으면 하던 생각이 주변 건물을 구경하고, 길을 지나는 사람과 차들도 보게 된다. 하바롭스크와 블라디보스톡을 운행하는 대부분의 자동차는 일본 제품이다. 드물게 우리나라 자동차도 보였다. 운전대가 왼쪽에 있는 차도 있기는 하나 대부분 오른쪽에 있다. 횡단보도 신호등은 녹색 신호등이 처음 켜질 때부터 시간(초)이 함께 표시되어 숫자가 줄어든다. 짧은 횡단보도는 짧은 초로, 긴 횡단보도는 좀 더 많은 초가 표시된다. 시간이 짧아서 노인이나 장애인이 건너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횡단보도도 있었다. 이러한 면은 짧은 횡단보도에서 더 심했다ㅏ. 5초짜리 횡단보도도 있었다. 아들이 방향을 잡고 앞장서니, 어른들이 뒤를 따라 걸었다. 블라디보스톡은 하바롭스크보다 더 많은 차량이 다니고, 여행객도, 현지 사람도 많다. 하바롭스크가 시골이라면 블라디보스톡은 도시다.


숙소에 짐을 풀고, 아르바트 거리로 향했다. 아르바트 거리엔 2~3층짜리 건물이 양편으로 줄지어 서 있고, 도 중앙에 대략 20여 미터 간격으로 분수가 줄을 지어 설치돼있다. 특이한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도로 - 중앙으로 자동차가 다니고 건물과 인접한 양편 보도로 사람들이 다니는 구조 - 와 반대이다. 분수가 있는 도로 중앙으로 사람들이 통행하고 자동차는 건물 쪽으로 다닌다. 처음엔 그런 사실을 모르고 가게 쪽으로 길을 걷다가 차들에 밀려서 자연스레 분수가 있는 길을 따라 걷게 되었다. 분수 옆 벤치에 앉아  있으니 관광객들이 지나 가는데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블라디보스톡은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2시간 20분이면 올 수 있고, 왕복 요금도 1인당  43만 원 정도이며, 시차도 1시간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니 젊은이들이 부담 없이 올 수 있는 곳이다.

아르바트 거리에서 바다가 보였다. 구글 지도 보니 동해라고 표기되어 있다. 일본해라고 해서 문제가 됐던 적이 있었던 것 같아 인터넷에서 조회를 해보니  google.co.kr으로 구글 지도를 볼 때는 East sea로,  google.com으로 바꾸면 Sea  of Japan이라 나온다고 한다. 눈속임이다.


블라디보스톡에 오면 킹크랩을 먹기로 의견이 모아져 있었기에 킹크랩 요리로 유명한  주마(ZUMA)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그러나 일행 10명이 앉을 좌석오늘 중으로는 불가능하다기에 내일 저녁 7시로 예약을 했다. 다른 식당 몇 곳을 더 알아봤으나 10명을 받아줄 만한 식당이 없었다. 그러다 아르바트 거리에서 우연히 부산 통닭 간판을 단 집을 발견했다. 주인이 우리나라 사람이었다. 앉을 곳이 없어 통닭을 주문 가져가려 했는데 다행히 손님이 자리를 비워서 식당에 자리 잡고 앉아 통닭을 먹을 수 있었다.


다시 바다 방향으로 나갔다. 해변에서 냉동 킹크랩을 덥혀주고 먹을 식탁이 있는 식당 Seafood를 찾아갔다. 진열장에 진열된 킹크랩을 지적하면 아주머니가 저울에 무게를 달고 돈을 받은 후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덮여주었다. 덜 익혀 준 킹크랩이 있는지 다시 데워 달라고 가져오는 사람이 있다. 우리도 다시 덥혀달라고 했다. 가격은  우리나라 식당의 절반 가격이다. 내일  또 먹기로 했다. 식당 옆에서 크게 음악을 틀고  춤을 추는 업소가 있다. 어른도 아이도 격렬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나온다. 음악과 춤으로 러시아의 밤이 깊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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