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부는 바람에
마른 꽃이 바들바들 떨었다.
문득 든 생각.
마른 꽃도 꽃일까?
감미로운 향기도 없고,
아기 살처럼 보드라운 감촉도 없다.
겨우 꽃 모양을 간직했으나,
금방이라도 부스러질 마른 꽃.
누굴 위해 고운 몸을 말렸는가?
뉘라서 그를 봐줄 것인가?
한 때는 벌 나비 찾아주었건만,
이제 벽에 걸려 먼지만 앉는다.
주름진 늙은 사람도 사람이듯이,
그래, 마른 꽃도 꽃이다.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늙은이처럼,
마른 꽃에서도 바람을 읽는다.
낮에는 눈부셔 바라 볼 수 없는 태양도
석양 끝에 걸리면 볼 수 있듯이,
마른 꽃도, 늙은 이도
숨김없이 드러내 참모습 보여주는
진정한 꽃이고 사람이다.
뒷걸음 쳐 돌아갈 생각없는
꽃이고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