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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Oct 13. 2018

대구 팸투어 2일째, 대구 근대 역사거리와 음식들

대구 시내 중심가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잠자고 깼다. 샤워를 하고 침대 옆 탁자에 보니, 대구시청에서 마련해 둔 편지가 보인다. ‘대구에서의 하루 어떠셨나요?’라는 제목으로 쓴 편지 글이었다. 밥을 먹어야 할 호텔 내 식당 위치와 시간 출발할 시간도 함께 안내가 되어 있었다. 감동이다.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주다니, 어제 밤늦도록 우리를 안내하며 다니는 대구시청 직원들의 수고로움이 그렇지 않아도 마음 쓰이고 애잔했는데……. 편지가 없었다면, 나는 아침 식사를 위해 호텔 1층이나 2층으로 갔을 것이다. 외국 여행하며 숙박을 한 호텔은 대부분 1, 2층에 식당이 있었으므로……. 하지만 편지 글 덕분에 헤매지 않고 8층 식당으로 찾아가 아침밥을 먹었다. 쟁반에 음식을 담아 창가에 앉으니 창문 밖 아래로 공원이 보인다. 어제 말하던 2.28 기념공원이다. 그런데 비가 내린다. 오늘이 금요일이니 출근하는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종종걸음을 친다. 식사를 마치고 한 층 아래 피트니스 센터를 둘러보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양치질을 마친 후 약속한 시간에 호텔 앞에서 어제의 리무진 버스를 탔다. 도착한 곳은 예술발전소, 청년 작가들을 수용하고 지원해 주는 곳이라 한다. 세미나실에 광주와 대구 소셜 기자단이 모였다. 광주시청과 대구시청의 직원들도 함께 했다. 기사와 사진으로 된 블로그를 SNS를 통해 확산 전파하는 소셜 기자단 본래 의무를 위한 토론회를 했다. 각자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중 소개하고 싶은 명소를 사진과 설명으로 발표하는 시간도 있었다. 더러는 웃고, 많이 고개를 끄덕이는 시간이었다. 활동하는 곳은 광주와 대구로 다르지만, 자신의 지역을 알리려는 마음은 모두 똑같았다. 회의를 마치고 달빛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을 촬영할 때까지는 달빛 아래서 사진을 촬영할 거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으나, 벽면을 크게 채운 달 그림을 보고서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엔 벽에 붙은 달이, 촬영하고 확대한 사진이려니 했다. 그러나 설명을 듣고 다시 살펴보니 손으로 그린 그림이다. 잘 그렸다. 달에 가보지는 않았으나, 사진으로 본 달의 모습이었다. 이렇게나 큰 달의 모습을 보려면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사진을 촬영하는 명소란다.

점심시간이다. 광주와 대구 시민이 모여 먹은 메뉴는 닭이었다. 대구 부시장이 와서 인사말을 하고 함께 식사를 했다. 시정이 바쁠 텐데도 챙겨주어서 고맙다. 어제부터 먹은 대구의 음식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다. 대구 음식이 정말 맛있어졌다. 대구 10 미가 있다 한다. 찜갈비를 먹어 봤고, 찜닭도 먹었다. 대구 시청 직원들이 특별히 고르고 고른 음식이라 그런지 맛있었다. 30년 전 대구에서 군 생활을 할 때, 군인이었지만 장교였기에 부대 밖 출입이 자유로웠었다. 자연스레 대구를 많이 구경하고 또 식당에서 밥을 먹는 일도 많았었다. 돈이 풍족하지 않은 군인이라서 비싼 음식을 파는 식당에 가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대구 시내를 나오면 늘 따로국밥이나, 짜장면, 우동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싼 가격에 음식 종류도 다양하고 맛있는 전라도에서 온 나는 대구 음식을 먹으며, 딱히 입에 맞는 음식이 없었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맛이 비슷한 짜장면이나 우동을 먹었고, 그나마 입맛에 맞는 따로국밥을 즐겨 먹었었다. 군부대에서 회식하러 시내에 나올 때도 소고기나 돼지고기 구워 먹는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서문시장 근처에서 옻닭을 먹는 회식도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내가 옻을 타지 않는 체질이라는 것을……. 옻을 타는 사람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부모님께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점심식사 후 대구 근대 역사 거리를 둘러보았다. 광주의 양림동 근대 역사문화마을과 비슷한 곳이다. 대구 약령시 박물관에 들려 쌍화차도 마시고, 우리 전통 한약재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었다.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물을 둘러보니 더 좋았다. 대구에서도 광주처럼 읍성이 사라지고 역사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게 가슴 아팠다. 성문 하나라도 남겨두지, 깡그리 없앨게 뭐람…….

비가 내리는 가운데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학교에서 배운 시를 쓴 이상화 시인의 고택도 둘러보았다. 그래, 빼앗긴 읍성에도 봄은 올까? 우리의 옛 모습으로 보러 찾아 올 외국 관광객들로 붐비는 봄이 올까?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적에 나는 흰 나리꽃 향내 맡으며 나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동무생각이라는 노래의 1 절 가사다. 노래 가사에 나오는 청라 언덕이 90계단 길을 오르니 있었다. 동무생각 곡을 쓴 박태준 작곡가의 고향이 대구란다. 청라 언덕의 청라는 푸른 담쟁이를 뜻하는 말이다. 그래서 담쟁이가 많았다. 가을이 더 깊어지면 벽을 타고 기어 오른 담쟁이에도 단풍이 들고 그러면 더 아름다울 거란 생각이 들었다.

비가 내려서 신발 속은 촉촉이 젖었지만, 흡사 유럽의 한 곳 와 있는 듯 한 청라 언덕에서 본 이곳저곳의 모습에 마음은 뽀송뽀송해졌다.

대구 참 많이 발전했다. 광주도 대구만큼이나 많이 발전했으면 좋겠다. 호남과 영남이 더 가까운 사이가 됐으면 좋겠고…….

이번 행사를 준비해 준 광주와 대구 시청 직원들 그리고 소셜 기자단 운용 사무국 직원들의 수고와 노력에 감사의 말을 꼭 전하고 싶다. 팸투어 기간 동안 큰 버스를 안전하게 운전해준 이름 모를 기사님에게도 감사하고……. 여러 사람들 덕분에 지워져 버리고 잊혔던 대구에서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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