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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Dec 27. 2018

프라하행 비행기와 시내버스 타기

비행기에서 유리창 넘어 구름을 보다가 앞 좌석 뒤에 설치된 화면을 보기도 하면서 1시간 30분이 흐를 때 쯤 첫 번째 식사가 나왔다. 소고기와 감자, 카레덮밥, 셀러드 중 소고기와 감자를 선택했고, 음료수는 우유를 선택했다. 자신있게 식사를 안내하던 승무원이 우유를 가지러 간다. 와인이나 커피, 쥬스도 아닌 우유를 찾는 사람이 드물어서 카트에 준비가 안된 모양이다. 건강을 위해 물 아니면 우유를 먹다보니, 우유의 고소함이 좋아져서 주문했는데, 승무원에게 미안하다. 어렸을 때 젖 대신 우유를 먹고 자랐지만 좀 더 커서 우유를 먹을 땐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고 배가 아픈적도 있었다. 그러나 자주 먹다보니 다시 우유를 소화시킬 수 있게 되었고 먹을 수 있는 기회엔 늘 우유를 먹는다. 맛도 있고 영양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우유다. 주위에서 음식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보면, 알레르기 하나 없이 건강하게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간혹 부모님께 받은 게 없다고, 가난했다고 부모님께 함부로 대하거나 원망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받은 게 왜 없는가? 우주를 주고도 바꾸지 않을 생명을 주신 분이다. 낳아주신 은혜만도 크고, 게다가 키워주시기까지 했는데, 무얼 더 바라는지... 부모님 덕분에 내가 존재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아름다운 아내를 만나고, 훌륭한 아들을 두게 되었는데, 그 은혜가 어찌 크지 않다 하겠는가?

비행기 고도가 10,145m이니 하늘에 계실 부모님과 그만큼 더 가까워졌으니 좋다. 기까워진 부모님 품처럼 구름도 포근하다.  비행기 창문 아래로 하얗게 깔렸던 구름이 걷히고 나니 중국의 산과 들, 도시 모습이 보인다. 며칠 전, 나도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보면서 '비행기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은 좋겠다.' 하며 부러워했는데, 어쩌면 지금 땅 위에 있는 사람도 내가 탄 비행기를 보면서, 여행하는 꿈을 펼치고 있지 않을까? 하늘을 날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고 귀하다.

아래에서 볼 때는 높고 뾰족하던 산이, 하늘 위에서 내려다 보니 그저 땅의 주름일뿐이다.

아둥바둥 경쟁하고, 내가 차지한 땅 크기를 비교하고 마음까지 불편해지며 산 삶이 다 헛 되다. 비행기보다 더 높은 우주선에서 지구를 본 우주비행사들이 모두 철학적 깨달음을 얻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조금만 위로 올라 와서 보면 복잡한 세상사가 사실 별 거 아니란 걸 깨닫게 된다. 보는 시각을 달리하면 보이는게 달라지고, 생각 역시 달라진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거다. 조용히 사색하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두루 살펴 볼 수 있음은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내게 주는 선물이다.

블루마블 지구를 촬영한 사진 중 가장 유명한 사진은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다. 이 사진은 칼 세이건의 제안으로 명왕성 부근을 지나던 보이저 1호의 망원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 촬영했는데, 지구와 태양 간 거리의 40배나 되는 60억km 떨어진 곳에서 보이저 1호가 촬영한 지구의 모습은 ‘먼지 한 톨’이었다. 세상에나,  75억명이 몸을 의지한 지구가 먼지 한 톨이라니! 지구 위에서 아귀다툼하는 우리 모습이 달팽이 뿔 위에서 다투는 와각지쟁(蝸角之爭) 아닐런지... 가끔 세상에 집착하고 있음을 내 스스로 느낄 때면, 나는 먼지 한 톨 위에서 살고 있음을 떠 올린다. 그러면 복잡한 마음이, 금새 바람조차 없는 호수처럼 잔잔해진다. 문뜩 든 생각, '여행은 이쪽 먼지 구석에서 저쪽 먼지 구석으로 이이다!'


비행기에서 영상 세 편을 보았는데, 우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더스틴호프만이 나오는 추억의 영화 '졸업'과 노벨 문학상을 타게 된 작가에 관한 영화 'The wife'를 보았다.

다큐멘터리에서 '세상에 사람이 죽어서 되는 유령은 없지만, 별이 죽어서 되는 유령은 있다.'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빛의 속도가 아무리 빠르다해도 광대한 우주이다 보니, 내가 보는 달은 1초 전의 달 모습이고, 햇빛은 8분 전에 해를 출발한 빛이라 한다. 이런식으로 지금 우리 눈에 비치는 별빛 중에는 지구가 생성되기 전에 출발한 빛이 이제서야 우리에게 도달 한 빛도 있다 한다. 빛을 보낸 별은 이미 수명을 다하고 사라졌으나 우리는 별이 보낸 빛을 보며, 없어진 별을 여전히 현존하는 별로 보게되니,  별은 유령이란 설명이었다. 설명에 덧붙여 '눈에 보이는게 전부가 아니다'란 말이 영상 제작자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이었으리라...

십여년 전 TV를 통해 봤던 영화 '졸업(The Graduate, 1967)'을 다시 보니 반가웠다. 영화 중간 중간에 흘러 나오는 Simon & Garfunkel의 The sound of silence, Scarboro fair, Mrs Robinson 등의 노래가 듣기에 감미로웠다. 영화 감독은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중년 유부녀(Robinson)의 욕망과 젊은 청년의 사랑? 젊은 청년과 유부녀의 불륜 관계에도 불구하고, 젊은  청년이 그 유부녀의 딸과 결혼하겠다고 결혼식장에서 함께 도망치는 등,   공감 할 수 없는 내용이다. 감독이나 작가는 내게 말 걸어 오기에 실패한 셈이다. 어쩌면 나이들어 내가 더 보수적으로 변해서 말이 안 통하는지도 모르고...

영화 The  wife에서 기억 나는 대사가 있다.  '나는 나와 내 주변인들로  만들어졌다. 내가 내 주변인들을 지키지 못하면 나 자신도 지키지 못한다.' 그렇다. 동의한다. 내 주변인이 곧 '나'다. 나 역시 그들에게 '그들'이 된다. 내가 바로 서야 주변인도 바로 서고, 주변인이 바서야 나도 바로 선다. 남 원망할 거 없다. 내가 하기 나름이고, 내 행위는 남을 통해 내게 돌아 온다. 내게는 물론 남에게도 잘하고 살자. 그러나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자주 내 중심이 되어 헤매고 가끔씩만 실천이 된다. 가뭄에 콩나듯이...,

그런데 정말 가뭄에 콩이 날까? 농사를 안 지어 봤으니 알 수가 없다. 그저 말과 글로만 알 뿐이다.


착륙한다는 방송이 나오더니 오후 4시 8분, '쿠궁'하며 착륙에 성공한다. 비행기를 안전하게 조정해준 기장과 부기장에게 감사한 마음까지 담아서, 눈 마주치는 승무원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를 연발했다.

오후 4시 50분 입국 심사와 짐찾기를 끝내고, 시내버스를 탈 수 있는 티켓을 끊는데, 짐 찾는 곳에 설치 된 기계장치에서는 현금도 카드도 안 된다. 또 기계가 문제다. 융통성이라곤 찾아 볼래야 찾을 수 없는 밴댕이 소갈딱지, 바보 기계같으니라고..., 기계를 벗어나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았다. 공항내부 출입문 근처 대중교통 인포메이션 센터 사람에게서 표를 살 수 있었다. 역시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

그러고 보니 도착한 바츨라프 하벨 공항은 몇 년전 프라하에서 아들과 헤어졌던 가슴아픈 장다. 아들은 남은 여행을 위해 이태리로 가고, 우리 부부는 우리나라로 가는 헤어짐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아들과 함께라서 좋다. 대신 아내가 없어서 또 슬프다.

편도 90분 짜리 지하철과 시내버스 모두 이용가능한 대중교통 표 요금이 32크로네, 환율 55원으로 계산하니 우리 돈으 1,760원이다.

바츨라프 하벨 공항 밖, 시내버스 타러 가는 통로 입구에 설치된 전광판에는 시내버스 번호별 타는 곳과 도착시간이 안내되고 있었다. 우리가 타야 할 버스 191번은 플랫 폼 B였고 17:10분 출발이었다. 버스는 우리나라버스 두 대가 연결된 크기였고, 출입 문은 4개가 달렸다.

버스  출입 문 옆에는 버스 표를 넣고 사용시간을 찍는 노란색 기계가 있었다. 버스표의 QR Code가 기계쪽으로 향하게 넣으니 날짜와 시각이 인쇄된다. 오후 5시 15분인데 버스 밖은 벌써 어둡다.

프라하 행 하늘에서 본 동토의 땅 러시아

하늘에서 본 프라하

12월 26일 오후 4시에 도착한 공항, 조명등이 켜졌다.
대중교통 밴딩 머신, 밴댕이소갈딱지 같던 바보 기계
사람에게서 대중교통  티케 구입 하는 곳
공항 밖

1 표를 사고, 2 버스 첫 번째 문으로는 승차하지 말고, 3 표를 기계에 넣으라는 안내판, 그런데 체코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첫 번째 문으로 탔다. 우리도 따라서 탔다.

100 번과 191번을 타는 정류장

정류장에 븥은 버스 정차 정류장 안내판

버스번호별 타는 곳과 출발시각  안내 전광판

90분에 32크로네 대중교통 티켓

우리나라에선 길면 기차지만,

프라하에선 길면 기차가 아니고 버스일 수도 있다.

시내버스 표에 날짜와 시각을 인쇄 해주는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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