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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Feb 01. 2024

죽어서야만 갈 수 있는 그곳, 저승



죽어서야만 갈 수 있는 그곳, 저승.


이승과 저승은 뒤집으면 손등이 바로 손바닥이 되는 손과 같다.

하나의 손에 붙은 손등과 손바닥.

삶과 죽음 또한 그렇다.

다만 우리는,

쉽게 뒤집힐 수 있다는 걸 종종 잊고 산다.

삶의 끝은 불시에 찾아올 수 있는데도 말이다.


입관식.

남겨진 사람이 고마움과 미안함을 슬픔으로 전하는 자리.

떠나는 사람은 다만 차갑다.

마지막 남은 온기까지 모두 사랑으로 전해주어서다.

떠나는 사람은 침묵으로 사랑을 전하고

보내는 사람은 울음으로 사랑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고

, 발을 만지며 울음으로 하는 말,

'그동안 고마웠어요.

걱정하지 마시고 편안히 가세요.

부디 극락세상에서 영면하세요.'


'산다는 건 무엇인가요?'

"산다는 것은 추억 만들기야.

떠나면서도 내가 웃을 수 있는 건

가족과 함께 했던 추억 때문이거든.

서러워마라.

나를 추억할 때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을 터이니."


얼굴 덮는 면포에 흔들리는 촛불은

떠나는 사람이 못다 한 말이고,

촛농처럼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남겨진 사람이 못다 한 말이다.

수의를 감싼 천 위에

극락왕생(極樂往生) 네 글자가 놓인다.

이제는 관으로 들어갈 시간.

두 아들이 아버지를 감싸 안아 관 속으로 모신다.

영면에 빠져드는 마지막 잠자리다.

뚜껑을 덮으면 더 이상 형체를 볼 수 없다.

더 서러워 눈물로 붙잡는 한참.

찰나의 순간이 영겁처럼 길고,

70 종심(七十 從心)을 넘긴 여러 해가 찰나처럼 짧다.

나무 뚜껑이 이승과 저승을 가른다.

관 위에 왕생극락(往生極樂) 글자가 놓인다.

떠나야 도착하고, 도착해야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세월의 강을 관을 타고 넘는다.

소각로 입구.

진짜 헤어질 시간이다.

"그동안 여기까지 함께 와 주어서 고맙다.

하늘로 가는 길 이제는 연기되어 혼자 가련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홀로 왔던 길, 홀로 간다.

너희들이 준 사랑과 함께라서

혼자 가도 외롭지 않구나.

한 그릇 가루로 변할 인생,

살아보니 인생은 참 짧더구나.

부디 현재를 즐겁게 열심히 사랑하며 살아라.

먼 훗날 하늘나라에서 다시 보자꾸나.

안녕히~!"


2024년 2월 1일

존경하는 매형에게 글을 바칩니다.


클레멘타인 연주

https://youtu.be/8y-wzM4HQOA?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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