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매년 실시하는 정기 건강검진에서 췌장암을 발견하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는 대학 친구의 소식을 들었다.
주말에 친구 병문안을 갔더니 초췌한 모습으로 누워서 나를 맞이했다.
직장에는 병가를 내고 평일에는 암환자들이 휴양한다는 편백림 숲 속 숙소에 머무르다가, 주말에는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온다고 했다.
학교 다닐 때 씩씩하던 이야기와 건강 회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픈 친구가 "마음을 비워야 하는데 잘 비워지지 않는다. 마음의 80%는 비웠는데 남은 20%를 비우기 어렵다."라고 했다.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마음에 대해 그동안 내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며 공부해왔던 것들을 바탕으로 친구에게 위로의 말을 했다.
"마음을 100% 다 비워야 한다는 그 생각조차 버려야 하지 않을까? 마음 비우는 게 쉬우면 세상 사람 모두 다 군자 되었다. 호주머니는 비우기 쉬워도 마음은 원래 비우기 어려운 것이다. 내 경험으론 호주머니는 많이 쓰면 비워지지만, 반대로 마음은 많이 쓰지 않아야 비워지더라. 무념무상이 번뇌를 줄이는 방법이다. 생각을 줄이면 마음이 비워지더라."라고 했다.
지금 그 친구는 우리 곁을 떠나 저 세상으로 갔다.
그 친구가 불현듯 보고 싶어 지면 마음 비우는 것에 관해 대화를 나누던 때가 생각난다.
'내가 친구에게 해 주었던 말이 친구에게 위로가 되었을까?, 그래서 세상 떠날 때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났을까?, 나의 잘못된 말로 인해 오히려 마음이 무겁게 떠나지는 않았을까?' 두렵고 궁금하다.
친구가 떠나가 도착한 그곳에서 편안하게 쉬기를 기도한다.
이제 내가 친구에게 했던 말을 나 스스로에게 돌린다. '마음을 100% 다 비워야 한다는 그 생각조차 버려라!' 이 말로 오늘도 마음을 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