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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Sep 15. 2016

추석

추석 명절(名節)이다.
매년 일정한 때를 추석이라 이름을 정하여 두고 민족이 즐기는 날이다.
어머니 없이 처음 맞이하는 추석이다.
하늘나라에 머무시는 어머니께서 오늘은 차례상 앞 영정 속에서 미소짓고 계시다. 살아계셨다면 인사드리러 온 자식과 손주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웃으시며 앉아 계셨을 텐데. '아이고 내 강아지들 왔는가'라며 보듬고 쓰다듬었을 할머니 대신, 영정사진에 배꼽 인사를 하는 손주들의 철없음이 부럽다.

아침 6시 성당에서 추석 합동 위령미사를 드렸다.
위령미사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어머니와 조상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했다.
추석은 살아 있는 사람들이 만나서 가족간의 화목을 다지는 날이기도 하지만 조상의 은덕을 기리기도 하는 날이다. 또한 추석은 땅에서 결실 맺은 것들을 거두며 감사를 드리는 날이다.
어제 하루내내 추석 음식을 하고, 밤에는 찾아 온 친척들을 대접하느라 피곤하였을 아내가 누구보다 먼저 새벽 일찍 일어나 차례상을 차렸다. 부지런하고 책임감 있는 아내의 수고에 감사의 마음이 절로 인다. 평생 사랑하는 내 사람이다.

생각해보면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다.
보름달이 뜨고, 소슬 바람불고, 코스모스가 피고, 뜨거운 여름을 밀어내고 가을이 와 주어서 감사하다.
사과와 포도를 먹고, 전과 송편을 먹으며, 나물과 토란국을 먹을 수 있어 감사하다.
추석을 집에서 지낼 수 있도록 병세가 호전되신 아버지께도 감사하다.
건강한 아내와 아들이 내 곁에 있음에 감사하고, 친척 또한 모두가 잘 지내고 있음에도 감사하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초록색으로 빛나는 난잎의 부드러운 곡선이 감사하다.

검은 머리에 듬성듬성 자리잡은 하얀 새치처럼, 푸른 나무잎 사이사이로 드문드문 붉게 물든 나무잎이 불러 올 단풍을 기다리는 마음이 감사하다.
여전히 책을 읽고 생각을 하며, 글을 쓸 수 있고, 어머니를 기리고 아버지의 병환을 걱정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무엇보다도 감사한 것은 추석이라는 오늘이 내게 또 주어졌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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