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고찰

사사록 私思錄 9 법가사상

by 동닙

얼마전 '체포방해에 대한 5년 선고' 뉴스를 보고 잠깐 생각에 잠겼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시도에 대한 선고의 장면에서 백대현 판사가 '초범이니' 라는 말을 선고문에 넣었다. 이 말이 유난히 마음에 걸렸다.

백대현 판사는 법이란 과연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을까?

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불편함이었다.


한비자.jpg

그 생각 끝에 떠오른 것이 바로 법가(法家) 사상이다.

상앙, 신불해, 한비자로 이어지는 법가사상가의 논리는 냉정하고 단호하다.

법가는 인간의 선의나 도덕성에 기대지 않는다.

군주의 덕, 개인의 반성, 혹은 선한 의지는 국가 운영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상앙은 법을 신분이나 감정, 공로와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고 했고, 신불해는 사람을 믿지 말고 제도를 믿으라고 했다.(형명학)


특정 인물의 감정이나 인품이 법위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

특히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 앞에서는 더욱 그렇다.

법가의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죄는 개인의 일탈이라기보다 국가 질서를 흔드는 행위였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그것은 한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삶과 신뢰를 위태롭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즉, 나라의 뿌리를 흔들기 때문이다.


그런 기준으로 본다면 계엄령 시도나 체포 방해 문제는 단순한 직권남용이나 절차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

국가가 독점해야 할 폭력과 강제력을 사적으로, 정치적으로 사용하려 했던 시도라면 그것은 이미 반역행위다.

물론 우리는 고대의 잣대를 그대로 가져다 쓸 수는 없다.

그러나 죄의 성격 자체가 가벼워지거나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여기서 등장하는 “초범이니까 감형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것은 위험한 판결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법이 물러서는 순간, 사회는 그 물러선 자리만큼 불안해진다.


법은 복수가 아니다.

법의 준엄함은 인간의 자유를 억누르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교화를 목적으로 법을 집행하기도 한다.

또, 사회가 동의하는 기준에 강제성을 동원해, 다시는 범죄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예방의 목적도 있다.

그가 어떻게 방해를 했는 가를 알면서 '초범'으로 감형을 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 자비는 판사 개인에게는 관용처럼 보일지 몰라도, 다수의 국민에게는 불의로 작용된다.

법이 개인의 사정을 헤아릴 때마다 무게중심이 흔들리고, 결국 정의의 가치는 가벼워진다.


법은 감정이 아니라 질서를 위해 존재한다.

사회가 구성원인 국민을 지키기 위해 세운 약속이 바로 법이다. 그 약속이 느슨해질수록 국민은 불안해진다.

그렇기에 법의 무게는 때로 차가워야 하고, 군주의 덕이나 개인의 선의보다도 앞서야 한다.

상앙이 말한 “법의 평등함”은 인간을 억압하자는 뜻이 아니라, 모두가 두려워할 만큼 법이 공정해야 한다는 경고였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 법은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그리고 법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법은 모든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될 때만 법은 정의가 된다.

누군가에게만 관대해진 법은 더 이상 정의가 아니다. 권력 앞에 관대한 법은 정의가 아니다.

그것은 국민에게 불안을, 그리고 국가에게는 스스로를 가볍게 만드는 선언만을 남긴다.


끝으로 한비자가 남긴 나라가 망하는 10가지 징조를 남겨둔다.


1. 법(法)을 소홀이 하고 음모와 계략에만 힘쓰며 국내정치는 어지럽게 두면서 나라 밖 외세(外勢)만을 의지하다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2. 선비들이 논쟁만 즐기며 상인들은 나라 밖에 재물을 쌓아두고 대신들은 개인적인 이권만을 취택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3. 군주가 누각이나 연못을 좋아하여 대형 토목공사를 일으켜 국고를 탕진(蕩盡)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4. 간연(間然)하는 자의 벼슬이 높고 낮은 것에 근거하여 의견(意見)을 듣고 여러 사람 말을 견주어 판단하지 않으며 듣기 좋은 말만하는 사람 의견만을 받아들여 참고(參考)를 삼으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5. 군주가 고집이 센 성격으로 간언은 듣지 않고 승부에 집착하여 제 멋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6. 다른 나라와의 동맹(同盟)만 믿고 이웃 적을 가볍게 생각하여 행동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7. 나라 안의 인재(人才)는 쓰지 않고 나라 밖에서 온 사람을 등용(登用)하여 오랫동안 낮은 벼슬을 참고 봉사한 사람 위에 세우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8. 군주가 대범하여 뉘우침이 없고 나라가 혼란해도 자신은 재능(才能)이 많다고 여기며 나라 안 상황에는 어두우면서 이웃적국을 경계하지 않아 반역세력(反逆勢力)이 강성하여 밖으로 적국(敵國)의 힘을 빌려 백성들은 착취하는데도 처벌하지 못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9. 세력가의 천거(薦居) 받은 사람은 등용되고, 나라에 공을 세운 지사(志士)는 내 쫓아 국가에 대한 공헌(公憲)은 무시되어 아는 사람만 등용되면 그 나라는 반드시 망할 것이다.

10. 나라의 창고는 텅 비어 빚 더미에 있는데 권세자의 창고는 가득차고 백성들은 가난한데 상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서로 이득을 얻어 반역(反逆)도가 득세하여 권력을 잡으면 그 나라는 반드시 망할 것이다.



생각나는 사람이 딱 두명있다. 각각의 생각에 맞기겠다.


작가의 이전글핑계고 시상식이 주는 의미. 시상식은 핑계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