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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크핑거 Apr 03. 2019

먹는 게 사는 거다

어려서는 먹는 것의 중요성을 몰랐다. 한창때는 노는 데 정신이 팔려 밥을 굶기도 일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려서 잘 먹는 것만큼 삶에 큰 투자가 없다. 그걸 모르고 밥 먹기를 그리 소홀히 했다니, 지금 내 몸이 이 꼴인 이유를 알 것 같다. 


청소년기에는 육체와 정신의 비중에서 정신이 월등히 높았다. 영혼을 믿어 의심치 않아 종교도 열심히 믿었고, 육체의 욕망에서 벗어나 정신적 해탈을 꿈꾸며 살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찌 그리 멍청했던지.


군대에서 살면서 먹는 것의 중요성을 알았다. 하루 세 끼를 먹는 것으로 그 괴로운 곳에서도 행복이 존재함을 깨닫게 되었다. 삶에서 가장 큰 행복을 주는 것이 먹는 것이라는 걸 새삼 깨달은 거다.


단순히 맛있는 걸 먹어서 즐겁다는 뜻이 아니다. 인간의 영혼이라 불리는 것은, 인간의 정신은 모두 육체의 지배를 받는다. 육욕을 벗어나 정신적 수련을 한다는 말들은 그래서 헛소리다. 육체를 벗어난 정신은 있을 수 없다. 그 어떤 고행을 한 성자라 할지라도 먹는 걸 통제하면 정신은 피폐해지고 타락할 수밖에 없다. 약이나 술을 먹으면 당연히 정신은 일그러지지만, 그런 극단적 상황이 아니라 하더라도 매일 무엇을 먹는가가 그 사람의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만든다. 


그래서 배고픈 소크라테스는 있을 수가 없다. 사람은 배가 고프면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모든 위대한 철학자는 잘 먹고 잘 사는 사회에서 나온다. 배고픈 사회에서는 철학자가 나올 수가 없다. 사람은 먹지 못하면 생각 자체를 할 수가 없다. 생각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먹을 게 없을 때는 술이라도 마셔서 뇌에 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 그래서 굶주렸던 작가들은 싸구려 알코올이라도 사 먹었어야 했을 것이다.


대부분 정신적 문제는 먹는 것에서 비롯된다. 우울증과 무기력감 역시 제대로 못 먹어서 생긴다. 잘 먹어야 좋은 생각을 할 수 있고 긍정적인 사람이 된다. 부정적인 사람을 지켜보라. 그가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 잘 먹지 못하고 소화를 제대로 못 시키는 사람은 삶 자체가 우울하다. 반면 즐거운 사람은 잘 먹는다. 그래서 항상 행복하고 긍정적이며 일도 열심히 하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은 미식을 탐하고, 미식가 중에는 성공한 사람이 많다. 그 둘은 필수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때문에 기업의 성공 척도는 그 회사가 직원들을 어떻게 먹이는지 보면 안다. 우리나라 최상급 회사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직원들의 식사다. N사의 경우에는 구내식당이 호텔 뷔페에 비교되기도 한다. 그 회사는 매년 실적 탑을 기록한다.


반면 안 되는 기업은 딱 보면 안다. 직원들 먹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고, 어떻게든 돈만 아끼려 한다. 식사가 맛없는 직원들이 좋은 생각을 할 리가 없고 회사가 잘 돌아갈 리가 없다. 그러니 주식투자를 한다면 다른 거 볼 거 없이 그 회사가 직원 식사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만 봐도 꽤나 훌륭한 지표가 된다. 잘 먹이는 회사 치고 안 되는 회사가 없고, 못 먹이는 회사 치고 잘 되는 회사가 없다.


항상 먹는 걸 신경 써야 한다. 잘 먹어야 한다. 몸매 때문에 굶고 신경질적이 되고 우울하고 즐겁지 못한 것보다, 그깟 몸매 조금 포기해도 잘 먹고 행복하게 사는 게 낫다. 건강상으로도 그게 낫다. 못 먹고 운동만 하는 사람이 잘 먹고 약간 통통한 사람보다 건강한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잘 먹고 잘 산다는 말은, 그래서 잘 먹어야 잘 산다는 말과도 같다. 항상 밥과 풀과 고기의 비율을 1:1:1로 유지해야 한다. 채식주의자들은 못마땅하게 여길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탄수화물을 못 먹으면, 고기를 못 먹으면, 그리고 풀을 못 먹으면 우울하고 즐겁지 않았다. 그 세 개가 조화를 이룰 때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삶이 건강해진다. 모든 삶의 불행은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잘 먹어야 한다. 먹는 게 곧 사는 거다. 제대로 못 먹으면 삶이 괴롭고, 아예 못 먹으면 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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