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리브 Aug 24. 2022

오늘 아침 당신의 모습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5

일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오늘 쓰라는 게 딱 이거네. 참 야속하기도 하다. 

아침에 눈을 뜨니 어제 일들이 다 생각났다. 자는 동안에는 많은 꿈을 꿨다. 친구 한 명을 빼놓고 다른 사람들이랑 밤새서 이야기하는 꿈이었다. 몇 마디 안 했는데 어느새 아침이 돼서 참 이상했고 그 친구는 내게 전화해서 뭐했냐고 추궁했다. 질투심이 많은 친구인가 보다. 난 뭔가 들킨 기분이 들었다. ㅎㅎㅎㅎㅎ 나한테 절대 안 일어날 일인데. 뭐냐고. 

근데 오늘 아침에는 더 자고 싶었고 침대를 빠져나올 의욕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남편이 아침을 차려줬고 첫째를 배웅하고 둘째를 깨워줬다. 둘째까지 깨서 거실에서 밥을 먹는데 갑자기 동요가 나왔다. 산토끼 토끼야. 으아. 우리 식구가 음악을 크게 튼 줄 알았다. 아니었다. 옆 빌라에 사는 꼬마네 가족이 동요를 크게. 정말 크게. 나 맥이려고 그러나 싶을 정도로, 창가에 스피커 갖다놨나 싶을 정도로 크게 음악을 틀었다. 정말 존경스러운 우리 이웃들은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매일 아침마다 이 아빠가 아기랑 놀아주는 소리, 그리고 아기가 땡깡 부리는 소리가 들린다. 

둘째가 등교하고 남편도 나가고 나 혼자 남은 집에서 누워서 핸드폰을 보다가 일어나서 빨래 돌리고 주방 정리하고 밥을 먹었다. 

참, 어제 밤에 운동을 하고 와서 그런지 체중계에 처음 보는 숫자가 나타났다. 얼마전부터 입맛이 별로 없다. 한참 더울 땐 정말 입맛이 없었다가 요즘은 조금 없다. 항상 잘 먹는 내게 이런 현상이 일어난 걸 보면 나이 들었나... 어떤 노인들은 죽기 전 곡기를 끊고 지내다가 돌아가신다고 하던데. 참 꼿꼿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월든>에서 소로우는 애벌레는 밥을 많이 먹지만 나비는 거의 먹지 않는다면서 음식을 많이 먹는 자는 아직 애벌레 상태에 있는 거라고 했다. 내 평생 들어본 소식 권장 발언 중 가장 참신하고 충격적이어서 웃겼다. 그래도 홍차도 커피도 안 마시고 야생 열매나 빵만 먹고 사는 게 좋은지는 잘 모르겠는데. 무엇보다 가족을 꾸리려면 자신에게 필요한 것 이상의 돈을 벌어야하지 않나? 그래야 남는 돈으로 자식도 키우고 부모도 도울 수가 있는 건데. 

오늘 아침엔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라는 가르침을 떠올렸다. 나한테는 원망심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고 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수두 바이러스처럼 몸 속에 남아서 정신력이 딸릴 때마다 올라오는 것 같다. 아직 없앨 수 없다면 면역력을 기르는 게 좋겠다. 오늘 아침 나의 메타인지는 아주 점수가 낮았다. 이런 날 그 시간에 대해 쓰라니. 우리 할머니가 쓰던 말 '우솨 죽겄네!'가 딱 맞는 상황인 것 같다. 하하. 

작가의 이전글 한 가지 색깔을 찾으며 산책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