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리브 Mar 19. 2022

코로나 경과

이제 나랑 아들은 격리도 해제되고 남편만 이틀 남았다. 식구들이 많이 긴장이 풀어져서 거실에 나와 있기도 하고 대화도 한다. 

큰애가 걸리면 안 되니까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지만....


무섭게들 걸리고 있다.

큰 애가 같이 다니는 친구가 부모님이 다 걸린 후 자기도 걸려서 열 난다고 한다. 

오후에는 동네 친구가 셋째가 걸렸다며 격리 어떻게 했는지 물어보고 다른 친구는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갔다고. 걘 부모님도 다 걸렸다고 한다. 

생활 치료센터 들어간 사람 너무 부러운 건 사실이다. 3성 호텔이라 식사가 아주 맛있다고. 크흐흐. 


나는 어제 세끼 밥 하고 설거지하고 설거지한 그릇 소독하고

빨래하고 널고 개고 

쓰레기 버리고 먼지 닦고 바닥 닦고

빵 만들고.

새벽에 빵 굽고 더 자다가 배고프다고 밥 해달라는 식구들 성화에 깨서 밥 차리고 밥 먹으면서 '사내맞선'을 봤다. 

그래도 다리 아픈 건 많이 좋아졌다. 


근데 내가 보고 있는 드라마긴 하지만 어쩜 그런 뻔한 설정을 싹다 모아놨는지 신기하다. 

여주인공은 가정 형편이 좋지는 않지만 씩씩하고 열심히 일하고 

남주인공은 재벌3세라서 돈이 무한정으로 많고 일도 완벽하게 잘 하는데 남모를 아픔이 있다.

그런 두 사람이 티격태격 하다가 잘 되는 이야기다.

그래도 김세정이 너무 재밌고 예쁘다. 


타일공이 돈을 잘 번다고 한다. 그래도 배우려는 사람이 없다고. 도배공, 용접공도 잘 번다고 하던데. 

도배, 용접은 별로 잘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데, 타일은 나도 배우면 잘 할 것 같다. 내가 자로 재고 손으로 만드는 걸 좀 잘하는 편이라.

이제 나이 많아서 타일을 새로 시작할 수는 없겠지만........ 또 모르지. 100세 시대니까 

재미있을 것 같다. 타일은 예쁘기도 하고. 그런데 무거운 타일을 들고 날라야 한다는데. 그게 좀 걸리네. 지금도 힘이 약한 건 아니지만...


살다 보면 별 일이 다 일어나니까. 앞으로 내가 생각못한 좋은 일이 또 많이 일어나길. 


그런데.... 내가 깜빡할뻔했다. 

내가 코로나 걸렸다고 하니 다들 나를 걱정해주고 선물도 줘서 내가 엄청 감동해서... 울었다.... ㅠㅠ 

빵집하는 동네 언니가 맛있는 빵 많이 남았다고 한 봉지 갖다줬다. 마침 먹을 것도 부족한데 밥 하기 너무 힘들어서 배고프던 때에 갖다줘서 한 봉다리 빵이 다음날 싹 없어졌다. 

또 교무님이 좋은 계란 농장을 아신다고 계란 두 판을 보내주셨다. 엄청 빤닥빤닥한 계란이다. 좋은 계란 삶아 먹고 기운 내라고 하셨다. 삶아서 저녁에 두 개씩 먹었다. 

엄마는 장어탕을 끓여서 동생이랑 같이 갖다주고 갔다. 엄마가 길을 못 찾아서 동생이랑 같이 왔고, 동생은 꿀물이 흐르는 고구마를 구워줬다.


예상치 못한 친절.... 어떡하나 싶은데.


내가 받은 친절을 남에게 돌려주며 사는 게 가장 좋겠지??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걸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