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날리는 나뭇잎에 반하다
나흘 만에 아침 산책을 나갔다. 어제부터 한결 차가워진 바람이 귓가에 울리고 바닥에 나뭇잎이 많았고 나뭇잎들이 흩날렸다. 며칠전보다 훨씬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 이제 끝이 다 됐구나, 싶었다.
한참 올라가다 보니 두꺼운 떡갈나무 잎이 툭툭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길가에 울타리 삼아 심은 나무에 갈색 나뭇잎이 잔뜩 올라가 있었다.
그 위에 내려앉은 햇볕은 얼마나 밝고 따듯하던지. 가을 햇살을 찬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전망대에 올라가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등 운동을 했다. 햇살이 따갑게 눈과 뺨을 때렸다 소나무는 가을이 되도 색깔이 변함이 없지만 참나무, 단풍나무는 화려한 색을 뽐내며 잎을 떨구고 있다.
바닥에는 가을 햇빛을 받고 자란 초록 잡초 사이로 빨갛고 노란 나뭇잎이 속속 꽂혀 있고 그 위를 반짝이는 가을 햇살이 달구고 있었다.탄성이 절로 터져나왔다. 한참 서서 서늘한 초록색으로 뻗어나온 긴 풀과 바스라지며 퇴색해가는 나뭇잎의 다채로움과 노랗고 밝은 햇빛의 삼중주를 감상했다.
내려오는 길, 산책길을 덮은 아름다운 단풍나무가 고요하게 낙엽을 떨어트리는 숨막히는 풍경을 봤다. 붉은 단풍잎이 부정기적으로 나무에서 하늘거리며 떨어져내렸다. 하나씩 떨어지기도 하고 대여섯 개가 한번에 떨어지기도하고 잠시 멈추기도 했다.
시어머니가 항암 치료 후 머리카락이 발닿는 곳마다, 머리 대는 곳마다 떨어졌는데 그때 생각이 났다.
단풍은 왜 죽기 전에 이렇게 아름다운가? 의문이 들었다. 우리 사람은 죽기 전에 그렇게까지 아름답지 않다. 우리는 점점 쇠하다가 죽는다. 왜 낙엽은 죽기 전에 아름다울까? 낙엽은 과연 죽음일까? 나무의 잎장에서 보면 낙엽은 죽음이 아니라 겨울 준비다. 옷을 벗는 과정이다. 또 낙엽은 아름다우려고 아름답지는 않을 것이다. 각자의 성질에 따라 가을을 준비하는 색이 달라지고 인간은 자기들 눈에 아름답게 보이는 나무를 많이 심어서 산이 단풍을 보여주도록 의도한다.
나뭇잎이 떨어지지 않을 때는 마치 계속 떨어지지 않을 것 같고, 이제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든다. 하지만 여지없이 나뭇잎은 떨어지고 바람인지, 지나가는 차들의 진동인지 이유는 전혀 알 수 없지만 우수수 떨어지기도 한다. 불현듯 나보다 더 큰 흐름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해 붉게 빛나지만 낙엽을 떨구는 우주의 흐름에 저항하지 않듯이 나도 흐름을 막을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갓 떨어진 신선한 나뭇잎 다섯 장을 골라 들고 내려왔다. 책 사이에 껴놓고 책 읽을 때 찾아보며 즐거워하고 싶다. 아름다운 붉은색을 보면 오늘 생각이 나고 행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