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피곤한 인간 #11
11화. 친절한 사람을 의심하게 된 날
사람을 상대할 때
항상 부드러운 미소와 친절한 말투,
배려심 넘치는 태도를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유지하는 사람들을 보면
요즘의 나는 먼저 의심부터 하게 된다.
스무 살 무렵에는 그런 모습을 그대로 믿었다.
저 사람은 참 좋은 사람이구나.
세상엔 저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그런데 사회생활을 서른 해쯤 하고 나니
미소가 오래 유지될수록
그 안쪽이 궁금해진다.
왜 저렇게까지 친절하지.
진심일까, 저거.
무엇을 숨기고 있는 걸까.
이쯤 되면 나도 꽤 삐뚤어졌다.
친절을 의심하면서도,
정작 나는 아무 일 없다는 얼굴로
적당한 미소와 적당한 배려를 장착한 채
오늘도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나는
의심하는 사람이 되었고,
동시에 의심받기 딱 좋은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사람을 대하는 일은
요즘도, 여전히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