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샐러드는 처음이지?
어렸을 때 포도를 떠올리면 시큼달큼한 영천포도만 먹어봤는데, 지금은 포도 종류도 무척 많아졌다. 나름 신세계라고 생각했던 거봉도 옛날 포도(?)가 된 지 오래. 이제 포도 하면 샤인 머스켓, 크림슨 포도, 사파이어 블랙 포도 등 프리미엄 포도들만 취급받는 것 같다.
유명세를 탄 샤인 머스켓은 가격도 비싸고 먹다 보면 어쩐지 포도스럽지 않은 느낌이 있다. (물론 맛있지만!) 입맛이 촌스러워서 그런가, 달콤한 포도의 정석은 아무래도 거봉인 것 같다. 거봉 한 송이를 접시에 올려두면 자꾸만 손이 가서 금방 빈 포도송이만 남는다.
후식으로만 즐기는 게 아쉬워 포도 샐러드를 만들어 보았다. 새로운 도전이었는데, 일반 샐러드와는 달리 싱그러움이 물씬 느껴졌다. 그 싱그러움을 전달하고자 포도 샐러드 레시피를 공유한다.
샐러드 잎채소는 루꼴라 채소를 준비했다. 씹는 맛을 위해 샐러리를 살짝 추가했다. 샐러리는 특유의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지만, 샐러드에 넣으면 상쾌함이 입에 퍼져서 리프레시하기 좋다.
거봉은 깨끗하게 씻은 후, 절반으로 잘라준다. 씨앗이 없으니 샐러드로 요리하기 한결 편하다.
샐러드를 조금 든든하게 먹으려고 병아리콩을 삶았다. 생긴 건 '콩'이지만, 맛은 완전 '밤'이다. 콩 비린내도 없이 은은하게 달콤한 게 다이어트 간식으로도 좋다. 병아리콩을 익혀줄 땐 꼭 물에 불려서 익혀줄 것. 안 그러면 메주콩 삶듯 한 시간은 푹 삶아야 할지도 모른다.
루꼴라 잎에 샐러리, 병아리콩, 포도를 올린다. 그리고 그 자체만으로도 풍미가 넘치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뿌려준다. 스페인산 올리브 오일인데, 산도가 낮아서 그런지 한 입 들어가면 매캐한 맛이 입을 감싼다. 그리고 묵직하게 발효된 발사믹 식초까지 살짝 뿌리고 나면 프레시하고도 고급진 포도 샐러드가 완성된다.
설탕 한 스푼 넣지 않았지만, 포도의 단맛과 올리브유의 풍미, 발사믹 식초까지 기대 이상으로 조화가 좋다. 누가 포도를 샐러드로 해 먹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내어줄 수 있다. 8월의 초록을 담은 싱그러운 포도 샐러드 레시피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