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력 보충을 위한 보양식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뜨거운 열기에 숨이 턱턱 막혔는데, 시간이 이렇게 또 흐른다. 날씨가 추워지니 바로 반응이 오는 건 음식이다. 시원한 면만 당기던 여름이 끝나고, 이제는 뜨끈한 국물이 어우러진 한 상이 생각난다.
계절이 바뀌니까 몸이 부쩍 피로함을 느낀다. 가을에서 겨울이 되는 건 덜한데, 여름에서 가을이 될 때에는 환절기를 겪어서 그런가 피로감이 심하다. 그래서 문득 보양식을 먹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2020년 한 해는 보양식도, 휴가도 없이 흘러갔는데, 찬바람이 부니까 이제와 서야 보양식이 생각이 난다.
마음 같아선 닭 한 마리 푹 고아서 삼계탕을 먹거나 해산물 가득 넣은 시원한 해물탕이 먹고 싶은데, 막상 손질할 생각을 하니 엄두가 안 난다. 그래서 고른 것이 해신탕 밀키트다. 해신탕은 맛집 소개 프로에서나 찾아본 고급진 메뉴인데 이제는 밀키트로 간단하게 끓여먹을 수가 있다니.
새삼 세상이 정말 좋아졌구나 느낀다. 낙지랑 전복도 따로따로 하나씩 들어있는데, 사실 어디 가서 한 마리씩 사기 힘들뿐더러 손질하기도 보통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이렇게 깔끔하게 들어있으니 자취인도, 요리 초보도 근사하게 보양식을 즐길 수가 있다.
동봉된 육수와 닭가슴살을 넣고 끓이다가, 해산물은 살짝만 끓여준다. 씻을 필요도 없고, 끓이고 그냥 뜯어서 넣으면 된다. 그러면 정말 신기하게 요리가 된다.
남은 육수는 남겨놨다가, 살짝 끓여서 즉석밥이랑 끓이면 해신탕 죽이 된다. 모름지기 식사를 시작했으면 볶음밥, 죽, 칼국수 3개 중 하나로는 결판을 내야하는게 정석이니 마무리까지도 깔끔하다.
낙지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있다는 것이 아무래도 가장 큰 메리트인 것 같다. 그릇에 담기만 했는데도 해산물이 가득 들어있는 느낌을 준다. 닭가슴살은 먹기 좋게 찢어서 한 숟가락 떠보니 뜨끈함과 함께 든든함도 들어온다.
남은 일 하나 없이 정신없이 지나간 여름의 허함을 채워주듯 묵직하고 든든한 한 끼를 맛보았다. 지쳐있던 몸도 마음도 조금은 힘을 찾았다. 이 모든 게 20분 안에 일어난 일이다. 맛있는 음식을 차리고, 든든하게 기력을 차리는 것.
이런 밀키트가 주는 간편함은 편리함 그 이상 든든함을 준다. 레시피로 말하기엔 조금은 소박한 레시피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