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뎅탕이라고 쓰고싶지만,
비가 몇 차례 내리더니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고 가디건을 꼭 챙기게 되는 날씨. 퇴근하고 들어가는 길 뜨끈한 국물 생각이 난다. 계절의 변화는 가끔 음식으로 먼저 찾아온다.
진하게 끓인 멸치 육수에 퐁당퐁당 어묵을 넣은 어묵탕이 생각이 난다. 가끔 마트에서 어묵탕 패키지를 사면 특별 소스가 들어있는데, 마치 라면스프처럼 느껴져서 어쩐지 건강을 위해 꺼려지게 된다. (맛은 있지만) 그래서 멸치나 새우 등 손질하기 번거로워도 재료를 직접 넣어 국물을 끓일때가 있다. 물론 귀찮을 때는 마법의 가루의 힘을 빌리긴 하지만.
오늘은 마법의 가루도 아닌, 직접 손질한 해산물도 아닌 다시팩으로 요리를 해보았다. 디포리, 멸치, 새우까지 한팩에 깔끔하게 들어있으니 따로 소분할 필요도, 손질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원물이 주는 깊은 맛은 그대로 담았다. 다시팩을 예찬하게 만든 어묵탕 레시피를 소개한다.
냄비에 다시팩 2팩을 넣고, 진하게 끓여준다. 혹시나 걱정되어서 마법의 가루를 준비하긴 했는데, 웬걸. 끓는 뚜껑을 여니 진한 멸치 육수 냄새가 훅 올라온다. 인공조미료 없이 국간장이랑 소금만 넣어서 간을 했다.
어묵만 넣기엔 아쉬워서 곤약에 꼬치에 바리바리 넣었다. 확실히 어묵탕은 푸짐해야 맛이다. 국물의 감칠맛이 잘 베어 들도록 푸욱 넣고 끓여준다.
그리고 비장의 무기인 유부 주머니도 넣어주자. 유부 주머니 안에는 고기 없이 두부랑 버섯으로만 속을 채웠다.
고기를 넣었으면 느끼했을 수도 있는데, 오히려 안넣기를 잘한 것 같다. 유부 주머니까지 넣고 센 불에 한번 끓이면 어묵탕 완성.
댕그란 유부 주머니를 하나 넣으니 시원한 한잔(?)이 생각난다. 역시 가을이다. 제철 요리만큼이나 가을에 잘 어울리는 어묵탕. 간단하면서도 가을 감성을 채워주기엔 이만한 음식이 없다. 오늘은 뜨끈한 어묵탕으로 쓸쓸함이 깊어지는 가을을 달래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