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도 당연했던 거였네

내 하루를 가득 채운 단내는

by 다겸


'내 이럴 줄 알았어.'


나는 마음을 쓸 때 조금 조심을 하는 편이다. 어떠한 마음에 이름을 붙여버리면 마치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는 빵처럼 그 감정이 빵-하고 커진다. 그런 일은 나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함부로 마음이 부풀지 않도록 경계한다. 특히, 그 마음이 달콤할 때 더욱 조심한다. 머리끝까지 짜릿한 그 달콤함은 금세 나의 무미하고 건조했던 일상을 중독시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벼락을 맞은 것처럼(벼락을 맞아 본 적은 없다.), 하늘의 메시지를 들은 것처럼(하늘의 이야기를 들어 본 적도 없다.) 어느 순간 뇌리에 꽂혀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미 내 세상은 초토화가 나는 거다.


다행인 점은 수년간의 단련이 나를 꽤 강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마음이 넘치지 않는 선, 그 근처에서 이름 없는 감정들이 한없이 울렁거리는 와중에도 전혀 그렇지 않은 척하며 Chill하게 굴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러한 순간에 감정을 와르륵 쏟아 데인 자리 위로 난 수많은 흉들 덕분일 것이다. 뽀얀 마음 위에 군데군데 얼룩덜룩하게, 쓰렸던 상처 위로 어설피 돋아난 새살을 바라보며 흔들렸던 정신을 다잡는다. 안된다고, 또 결국 아프게 될 거라고.


그렇지만 뭐 어쩌겠는가, 앞서 말한 대로 그런 일은 나에게는 그저 주어지는 것이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닌가?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주 뜻밖의 일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언제든지 넘어갈 준비가 되어있었는지도, 아슬아슬하게 넘치지 않는 그 떨림을 은근히 즐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경계한다는 명목으로 가까이 들여다보고 있으면서도 사실은 어떤 한순간을 기다렸던 걸지도 모른다. 마치 벼락이 내렸다고 해도, 하늘의 메시지를 들었다고 해도 누구나 깜빡 속을 아주 그럴듯한 타이밍을. 점점 커지는 마음이 무명의 어떤 것으로 사그라들기 전에 붙잡아 둘 절호의 기회를. 또 한 번 데일 각오를 하고 넘어야 하는 그 선을 미친 척 뛰어버릴, 운명으로 이름 붙일 사건을.


이렇게도 당연했던 거였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고마워, 덕분에 내 하루가 달다.


Epilogue.

글쓰기 모임에서 '추상적 감정을 구체적인 감각으로 표현하기'를 주제로 썼던 글인데, 감정을 표현하는 글을 쓰면서 정말 많이 힐링을 했던지라 애써 비워내고 싶은 부정적인 감정을 고르려다가 정 고를 게 없어서(좋은 거겠지?) '최근에 가장 많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곰곰이 생각해 보며 '사랑'을 골랐다. 사랑이란 감정은 대상이 정말 다양할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은 정말 순간적인 감정이라 가장 생생하게 남겨둘 수 있을 때 글로 꼭 적어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 내 사랑 글의 대상은 데이식스인데, 작년의 나는 사실 데이식스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면 팬이라고 해도 그리 이상할 것 없었으나 나 혼자서는 나 자신을 리스너로 규정하며 지내왔다. 내가 나를 어떤 것으로 이름 지어버리면, 나는 아마 그 이름에 걸맞은 이이고 싶어 할 테니, 그래서 조심스러웠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나 아닌 다른 대상에 마음을 몽땅 쏟아부어댈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또 그래서 내가 선뜻 먼저 나서지는 못하고, 미루고 미루다 내가 더 이상 도망할 수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그런 순간을 기다렸던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다. 모임 과제로 글을 제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날씨가 좋았던 어느 날, 출근하는 길이었는데 랜덤 재생으로 번지 점핑이 나왔다. 노래가 가벼워진 바람이 살랑 부는 봄 날씨랑 완전 잘 어울리고, 써두었던 글이 떠오르는 거다! 내가 기다렸던 것은 어쩌면 번지점프로 치면 누군가 등 떠미는 그런 순간이었을까? 하지만 등 떠미는 그런 순간에 뛰어내릴 수 있는 것은, 오르는 승강기를 보며 설레고 발아래 멀어지는 땅을 두려워하면서 점프대 위까지 오른 순간이 선행된 것을. 어쩔 수 없다. 뛰어내리기로 했으면 즐겨! 만끽해!! (하지만 번지점프를 할 생각은 절대 없음)



♬ Young K (DAY6) - Bungee Jumping


늘 바라만 봤어 얘기만 들었어

시도하려고 하면 겁이 날 삼켰어

But now I wanna try

Cuz it’s you, I'll give it a try

차라리 당겨 줘 누구라도 날 등 떠밀어 줘

아니 잠깐 기다려 줘 눈을 질끈 감고 심호흡해

Baby you got me


Bungee jumping 내 심장이 터질 듯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빠져 가

Can't stop me no one can stop me


Bungee jumping 언젠가는 끝날지 모르지만

수없이 반복되는 오르내림이 I'm lovin' it

Ye I'm lovin' it


Ooh Ooh Ooh

I'm lovin' it

Ye I'm lovin' it


차라리 당겨 줘 누구라도 날 끌어올려 줘

아니 잠깐 기다려 줘 눈을 크게 뜨고 만끽해

Baby you got me


Bungee jumping 내 심장이 터질 듯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빠져 가

Can't stop me no one can stop me


Bungee jumping 언젠가는 끝날지 모르지만

수없이 반복되는 오르내림이 I'm lovin' it

Ye I'm lovin' it


늘 닿을 듯 말 듯 해 잡히진 않아

난 또 오락가락해 Let me have ya (have ya)

Baby you got me


Bungee jumping 내 심장이 터질 듯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빠져 가

Can't stop me no one can stop me


Bungee jumping 언젠가는 끝날지 모르지만

수없이 반복되는 오르내림이 I'm lovin' it

Ye I'm lovin' it


Ooh Ooh Ooh

I'm lovin' it

Ye I'm lovin'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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