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Being Myself

by 다겸

한 해 한 해 지나갈수록 세상은 넓고 잘난 사람도 많다는 것을 절감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아니 나만 세상에 가장 빛나는 존재가 아니었음을 받아들이는 겸허히 과정이지 않을까. 그리 오래 살지는 않았어도 아예 멋모를 때의 패기를 부리기에는 뭘 좀 알아버린 지금, 이 세계를 위해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란 어쩌면 없을 수도 있다는 이 Real World를 살아가면서도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헤아려본다. 그래서 자꾸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기를 희망하는지도 모르겠다. 그에게로 가 꽃이 되어주는 일. 뭐, 그것도 참 쉽지 않지만.

image.png?type=w3840 김춘수 시인의 '꽃'


나만이 할 수 있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아니라 '나'를 위한 일이다. 미래의 나를 위한 일은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다. 1월 초에 시작했던 피아노 연습은 간간히 난 짬을 틈틈이 채웠다. 맨 처음에는 몇십 년 만에 건반 위에 얹어진 손가락이 길을 잃고 난리를 쳤는데, 짧은 시간에도 제법 길이 든 모습을 보며 지난여름, 수영을 처음 시작할 적이 떠올랐다. 숨도 제대로 못 쉬던 내가 이제는 어느 수영장을 가도 맘껏 헤엄칠 수 있다고! 그래서 지금의 시작이 아주 볼 품 없대도 꾸준히 해나가면 볼 만해 질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미래의 어느 순간에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고 싶을 수도 있는 나를 위해 애쓰는 것, 그것이 오로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오로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진정한 나'가 되는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나다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다. 어떻게 '나다움'을 찾아갈 것인가에 대해 파스칼은 '내 존재에 대한 오만과 자기중심적 관점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한다. 이 세상이 나를 위해 펼쳐져 있는 것은 맞지만 나만을 위해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니니, 그 속에서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며 살아가는 것이 삶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나는 내가 보는 모든 것이며' 내가 '인생 책'으로 꼽는 책에 나오는 구절인데, 항상 기억하기 위해 카톡 상태메시지에도 걸어두었다. 하지만 '나'라는 것도 곧 허상이고 시시각각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니 '나'를 내세워서 너무 고집스러울 필요도 없고 흐름 속에서 마주하는 내 모습들을 잘 발견해서 그때그때 알맞은 것들을 잘해나가는 것이 나다운 삶을 사는 최선의 방법이겠지.


You are what you see. 내가 보는 것이 나라면 나는 무엇을 보기로 할 것인가. 그것은 미래의 내가 후회할 것인지 아닌지를 가장 크게 고려하는 것 같다. 물론 그전에 고려할 수많은 사항들이 있겠지만 마지막 최정 결정단계에서 승인을 앞두고는 '이 선택이 불러올 그 어떤 결과라도 기꺼이 맞아 낼 용기가 있는가?'를 가장 크게 생각하는 것 같다. 매몰되는 비용이 적으면 아무래도 후회도 적겠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기에 아무리 작더라도 아까운 것은 아까운 것이니. 후회하지 않을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나선 여정에서는 상처가 남든 상처를 견뎌낸 내가 남든 뭐라도 남겠지, 적어도 가보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는 남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미래는 알 수 없는 영역이라 결괏값이 정해져 있지 않고 만인의 데이터로 나의 값을 추론해 내는 것도 그다지 유의미하지 않다. 그럴 때는 나의 직관에 많이 의존한다. 과학적이진 않지만 나에겐 그것이 가장 후회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그렇기에 항상 나를 투명하 하는 것은 중요한 작업이다. 나의 감정을 살피고 주변을 정돈하며 떠오르는 직감들을 잘 알아차리는 것. 내 안의 나와 자주 소통하고 아프지 않게 돌보며 건강하고 유익한 양식을 제공하는 것. 진정한 나로 살기 위한 노력들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꾸준히 해나가야 할 것들이기에 오늘도 힘내자고, 사랑하는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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