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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랭 Nov 10. 2017

너라는 개 고마워 : 3. 덕통사고

사랑에 빠지는 것은 한 순간.

언제부턴가 '덕통사고'라는 표현을 많이 쓰기 시작했다. 덕통사고란 '갑자기 훅 하고 들어오는 교통사고처럼 어떠한 이유로 인해 팬, 즉 덕후가 되는 것을 이르는 신조어로 덕후+교통사고의 합성어'라는 오픈사전에 적혀있는 말처럼 어느날 갑자기 팬이 되는 것, 그런것을 뜻한다. 


나도 덕통사고를 당했던 일이 있다. 바로 첸을 만났을 때 였다. 우리집 강아지니까 당연히 예쁘긴 하지만 사실 원래 나의 이상형 강아지는 첸같은 강아지가 아니었다. 강아지라면 뭐니뭐니해도 '털'이 아닌가. 털이 복실복실풍성한 꼬리를 좌우로 흔들면 엉덩이까지 같이 씰룩씰룩대는 그 모습이 영락없는 '인형자태'이기 때문이다. 



늘 나의 이상형 강아지는 '포메라니안'이었다. 풍성한 가슴털, 깜찍한 외모. 순진무구 해 보이는 표정에 갸우뚱한 머리. 일명 곰돌이컷으로 털을 다듬기라도하면 그야말로 살아서 걸어다니는 인형이 아닐 수 없었다. 이 매력에 포메라니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이와 달리 사진으로 먼저 보았던 첸은 내가 싫어하는 모든걸 갖춘 강아지였다. 털이 짧고 다리가 길고 몸이 바싹 마른. 게다가 첸의 주변으로 난도질 당한 휴지조각들이 널부러져있었다. 


"말썽쟁이에 내가 딱 싫어하는 상이네!"


그렇게말을 하고 처음 만난 날, 나는 정말로 감동을 받고 말았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웠기 때문이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하얀색 사슴같은 첸과 마주할 수 있었다. 바닥에 앉아있던 첸은 나를 보고 한 3초간 정지를 했다가 벌떡 일어나 펄쩍펄쩍 엉덩이가 하늘로 솟아오를듯 뛰어왔다. 마치 '톰슨가젤'같은 느낌이었다.

바둥대는 첸의 몸뚱이를 잡았다. 털이 짧다못해 거의 없는 지경에 가까워 첸의 살결을 느낄 수 있었다. 강아지의 살결을 느끼는 것은 처음이었다. 배와 가슴쪽에는 거의 털이 없어서 실핏줄이 보였고 흥분을 해서인지 온몸이 빨갛게 변했다. 

길쭉한 코, 앙상한 다리 그리고 반면 튼튼한 가슴근육을 가지고있는 첸은 엎드려있으면 가슴이 헬스를 많이 한 남자가슴처럼 하트가슴이 되었다. 그 모습에 한참을 웃었다. 

집에 자려고 불을 끄고 누웠는데 자꾸만 첸의 모습이 떠올랐다. 구슬같이 까만 눈과 빨갛게 뜨거워진 피부, 하트가슴 그리고 내 무릎에 앉았을 때 느껴졌던 따뜻한 온기까지. 또 만나고싶다. 그렇게 나는 '이탈리안그레이하운드'라는 강아지에게 '입덕(어떤 분야의 오타쿠가 됐다)'한 것이다.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를 키우는 사람들이 이렇게 말을 했다. '이 견종은 출구없는 매력을 가졌다' 라고.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의 강아지들. 



귀여운 첸과 쿤이 사진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Instargram  

https://www.instagram.com/dal_e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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