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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랭 Jan 14. 2018

너라는 개 고마워 : 13. 이름

너의 이름은?

첸이라는 이름은 첸의 첫 번째 주인이 지어준 이름이다. 첸을 입양해 오면서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좋을지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첸의 하얀 몸과 개성 있는 반쪽 얼굴무늬 때문에 '바둑이' '반반' '오레오' '흰검이' '쿠앤크' 이런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강아지 이름이라고 너무 막 짓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첸의 고급스러워 보이는 외모와 너무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라서 짓기를 포기했다. 게다가 짧은 기간이지만 지나쳐간 주인들이 불러줬던 이름이니 첸을 첸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어릴 적 키우던 강아지들 이름은 '담비' '찡코''만두'같은 것들이어서 부르기도 친근하고 익숙했는데 첸이라는 이름은 왠지 모르게 낯설게 느껴졌다. 외자가 어색해서 나는 '첸이'라고 많이 불렀다.

이렇게 부르나 저렇게 부르나, 첸은 우리가 아무리 애타게 이름을 불러도 한 번을 제대로 쳐다보는 일이 없었다. 팔을 활짝 펴고 있으면 쭈뼛거리면서 다가오긴 했지만 대체로는 자기가 원할 때 오고 원할 때 돌아갔다. 주인이 여러 번 바뀌기도 했고 우리와 아직 지낸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아직 나를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아서지 않을까 그렇게 추측을 했다.


딱히 첸에게 주인이니 내 말을 잘 들어야지, 하는 바람은 없었지만 그 마음과는 달리 무척 서운했던 사건이 있었다. 하루는 식이와 나, 그리고 식이의 다섯 살 조카와 첸을 데리고 근처 공원에 산책을 가게 되었다. 산책을 할 때는 목줄보다는 가슴줄이, 짧은 리드 줄보다는 긴 리드줄(목줄에 연결해서 산책 시 강아지를)이 좋다는 이야기를 보고서 모처럼 멀리 나가는 산책이라 큰 마음먹고 비싼 돈을 주고 h형 하네스를 샀다. 맘이 급해서 제대로 된 사이즈를 재지 못하고 그냥 눈대중으로 구입해 왔는데, 집에 와서 입혀 보았더니 조금 크긴 했지만 목줄에 비해 훨씬 편해 보였다. 첸과 함께 갈 산책이 기다려졌다.


하네스를 하고 긴 리드줄을 한 첸은 더없이 즐거워 보였다. 햇볕은 따사로웠고 바람이 솔솔 불어와 첸의 귀가 펄럭펄럭거렸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여기저기 반려견을 데리고 온 사람들이 많았다. 첸은 다른 강아지들을 보면 많이 흥분을 하기 때문에 일부러 한적한 곳으로 데려가 산책을 했다. 그러던 중에 첸이 아주 멀리서 오는 강아지를 보고 흥분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당황해서 줄을 반대로 잡아끌며 첸을 불렀는데 그 순간, 첸이 몸을 웅크려 하네스를 벗어버렸다. 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돌진했고 당황한 나와 식이는 '첸!' '첸!' 이름을 부르며 황급히 뒤를 좇아갔다. 첸은 앞으로 갔다가 다시 뒤돌아서 나에게 뛰어왔다가 우리 사이를 빗겨나갔다. 마치 몸이 느린 사자들 사이를 요리조리 약을 올리듯 지나가는 한 마리의 얼룩말 같았다.

첸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앞에서 걸어오던 젊은 부부 덕분이었다. 첸은 그 두 분이 처음부터 주인이었던 양 온갖 애교를 부리며 드러누웠고 '죄송한데 강아지 좀 잡아주세요!'라는 식이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아저씨의 손에 체포되었다. 심장이 철렁하는 순간이었다. 첸을 데리고 차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첸의 엉덩이를 몇 번이고 때렸다. 너무 화가 나고 속상했다.


첸은 그 후에도 여러 번 목줄을 풀고 탈출을 시도했다. 그때마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 첸을 붙잡았다. 아무리 불러도 돌아보지 않는 첸을 보며 슬프기도 했지만 어떻게 하면 첸의 마음을 돌릴지 그 방법을 알고 싶었다. 집에서 하는 반려동물 교육을 찾아보기 시작한 것도 이맘때쯤이었다.


*첸 엉덩이를 마구 세게 때린것은 아닙니다..^^ ; 오해금지



instagram @dal_e_2 / norang_dal



'펫찌닷컴'이라는 사이트에서 첸의 이야기를 웹툰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구경오세요 :)

http://www.petzzi.com/bbs/board.php?bo_table=comm_petoon&ca_name=%EB%91%A5%EA%B8%80%EA%B2%8C%EB%91%A5%EA%B8%80%EA%B0%9C&sca=%EB%91%A5%EA%B8%80%EA%B2%8C%EB%91%A5%EA%B8%80%EA%B0%9C&wr_id=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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