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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랭 Jan 26. 2018

너라는 개 고마워 :14. 하루 일과

달라진 나의 하루

나는 유난히 계획하기를 좋아하는 여자애였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렸을 때 다들 동그랗게 하루 일과표를 그려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나는 1시간 단위로 무엇을 하며 놀지 계획을 하곤 했다. 9시부터 7시까지는 '잠자기'라고 표시해서 그걸 지키고자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억지로 잠을 청하곤 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나의 계획병은 대학교 때까지 이어졌다. 중고등학교 때야 수능 공부를 해야 한다는 목적하에 계획 있게 살려고 애를 썼다. 나는 그게 대학교를 올라가면 사라질 줄 알았지만 착각이었다. 1시간은  영어 듣기 연습, 2시간 영어문법 문제풀이, 1시간 운동. 10살 그 시절의 방학처럼 나는 계획, 또 계획하며 살고 있었다.


이런 '계획표'정신은 불규칙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직업을 선택하고 나서야 비로소 사라졌다. 쉴 수 있을 때 쉬고 먹을 수 있을 때 먹게 되었다. 나에게는 엄청나게 큰 변화가 아닐 수 없었다. 간혹 주말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다가 하루를 통째로 보내버리고 나면 약간이 죄책감과 날아가버린 시간이 아까워 울적 해 질 때가 있었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좋았다.


첸을 키우며, 나는 또다시 계획을 가지고 사는 삶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하루는 회사 동료가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회사도 다니고, 집안 살림도 하고 강아지도 돌봐야 하는데. 정말 부지런하시네요."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집이 개판이 되어요."


사실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첸은 거실을 똥밭, 휴지 밭으로 만드는데 내가 하루라도 지쳐 청소를 하지 않는 일이 있으면 집은 순식간에 창고가 되어버렸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신발끈에 옷방에서 주워서 가지고 나온 것인지 내 양말 한쪽, 화장실 슬리퍼 등등... 다양한 물건들이 거실에 등장한다.




내 생활은 무척이나 단조롭고 계획적이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첸 밥을 주고 나서 같이 짧은 산책을 한다. 그러고 나면 벌써 7시. 내 밥을 먹을 시간은 없기 때문에 아침으로 먹을 만한 것을 대충 가방에 쑤셔놓고 씻고 화장하고 부랴부랴 회사로 출근한다. 집으로 돌아오면 거의 8시. 청소기를 돌리고 바닥을 닦고 쓰레기를 버린다. 난장판이 된 집을 다시 깨끗하게 만드느라 한 시간이 걸린다. 그러면 또 늦은 저녁을 먹고 내 시간을 보내고 나면 또 잠자리에 들 시간이 다가온다.


누군가는 하루가 챗바퀴처럼 돌아간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약속도 여가활동이란 1도 없는 내 하루 일과가 무척 지루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정말 다행인 것은 내가 이런 삶에 어느 정도는 익숙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 안에서도 나름대로 짬을 내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틈틈이 하고 있기 때문에(개인작업시간)이런 생활패턴을 지루해하지 않고 그럭저럭 견뎌내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아침이다. 아침잠이 많은 것도 있지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내 옆에서 새근새근 잠자고 있는 하얀 첸을 바라보고 있으면 일어나야 하는데 생각을 하면서도 몸이 움직여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아침 산책을 놓치거나 심지어 유일하게 아침에 나가는 버스 두 대를 모두 놓쳐 택시를 타야 할 때도 많다. 이놈의 강아지 귀엽지나 말던가...(흥..)



*독감에 걸려버렸습니다.강아지들과 함께 강제 요양중입니다.

(콜록)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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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찌 2화가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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