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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랭 Jan 30. 2018

너라는 개 고마워 : 15. 질투의 화신

왜 너는 나를 만나서~

결혼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는 우리는 ‘신혼부부’이지만 여느 신혼부부와는 좀 다르다.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10년 된 부부 같아요.’라는 말을 자주 한다. 팔짱을 끼는 것보다 어깨동무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 같은 10년 차 부부처럼 스킨십이 없는 편이다. 단, 집에서만. 밖에서는 여느 커플처럼 손을 잡고 팔짱을 끼고 돌아다니지만 집에만 오면 우리는 무척 삭막해진다. 한창 불타올라야 할 시기에 데면데면 이라니, 이게 무슨 가당치 않은 말인가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는 결혼 후 사이가 더 소원(?)해졌다. 그 범인은 바로 첸이다.

식이는 굉장히 낙천적인 사람이다. 특별히 화를 내는 일이 없고 매사 걱정이 많이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첸과 함께하고부터 식이는 질투의 화신이 되어 때때로 첸과 나에게 짜증을 내었다. 


"저리 가라고!!"

"내 자리라고!!"


첸은 우리와 함께 침대생활을 하는데 신기하게도 잠을 잘 때면 꼭 나와 식이의 중간을 정확하게 파고든다. 하는 짓이 꼭 엄마 아빠 자는데 같이 자겠다고 떼쓰는 다섯 살 꼬마 같다. 식이는 내 뒤에 찰싹 붙어 어떻게든 첸을 막아보겠다고 발버둥 치지만 첸은 자기가 거부당했다고 느껴지면 그 즉시 '발길질'을 시전 한다. 길쭉한 다리에 날카로운 발톱은 은근히 아프다. 너무 아파서 내가 포기 선언을 하고 식이를 저지시키면 첸은 그제야 자리를 찾았다는 듯이 유유히 침대 가운데에 와서 한숨을 후- 쉬고 드러눕는다.


식이는 침대에 올라오게 만든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종종 호통을 쳐서 첸을 바닥에서 자게 만들었다. 하지만 새벽쯤 눈을 떠 보면 내 옆구리에는 식이가 아니라 하얀 첸 엉덩이가 와 있다. 그 모습을 보면 또 사랑스러워

나는 식이 몰래 첸을 끌어안고 잠이 든다.


두 남자(?)의 침대 쟁탈전에 고생하는 것은 결국 나뿐이다. 한쪽 옆구리에는 식이가 다른 한쪽엔 첸이 바싹 붙어있다. 다리를 한껏 뻗고 잠을 자는 두 남자는 둘이서 자리가 비좁다고 이리저리 난리를 부린다. 결국 나는 그 등쌀에 못 이겨 이불과 베개를 챙겨 거실로 나와서 쪼그려 잠을 잔다. 부디 식이와 첸이 친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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