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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랭 Dec 21. 2017

너라는 개 고마워 : 11. 숙제

분리불안을 처음으로 마주하다.

주말이면 첸을 데리고 가까운 공원에 가기도 하고 집 근처 산책로를 걷기도 했다. 첸은 종종 뭐가 그렇게 신이 나는지 혼자 인형을 물고 방방 뛰어다니기도 했다. 그러다 잠이 오면 내 무릎에 슬며시 올라와 잠이 들거나 폭신한 방석 위에서 잠을 잤다. 쉬도 배변패드에 가서 예쁘게 누었고 밥도 가득 채워놓으면 알아서 배가 고플 때마다 먹었다(자율급식이라고 부른다).


사실 며칠 동안은 신혼여행 때문에 잠시 첸을 애견카페에 맡겼었고 이후에는 주말이라 집에서 같이 있다 보니 첸과 오래 떨어져 있었던 적이 없었다. 가끔 내가 화장실에 들어가서 문을 닫거나 옷을 갈아입는다고 방에 들어가면 낑낑대며 문을 긁어대곤 했는데 '나를 주인으로 생각하는 걸까?'라고 생각하며 얼른 문을 열어주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괜히 훈련소에 보냈나 보다, 알아서 잘 하네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것은 나의 성급한 판단이었다.


오랜만에 회사에 출근하게 되어 우리는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그런 우리의 모습이 낯설었는지 첸은 침대에 몸을 납작하게 눌러 눕고 눈만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아침 7시 40분쯤 우리는 서둘러 출근을 해야 했다. 회사까지 1시간 조금 더 걸리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가는 바로 지각행이었다. 첸에게 인사를 하고 황급히 문을 닫고 나왔다. 그때였다.

첸은 난생처음 듣는 목소리로 온 아파트가 떠나가라 울기 시작했다. 나는 당황해서 문을 열어야 하나 어쩔 줄 모르고 있었는데 그 사이 엘리베이터가 왔다. 출근을 해야 하기에 울부짖는 첸을 두고 뒤돌아 서고 말았다. 주차장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지하 2층 주차장에서도 첸의 울음소리는 또렷이 울렸다.


매일 아침이 오는 것이 무서웠다. 첸은 어김없이 우리를 따라 나와 울부짖었고 현관문을 열어보려고 앞발로 온 힘을 다해 발길질을 했다.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확인해 보면 첸의 발톱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어 마음이 너무 아팠다. 말로만 듣던 ‘분리불안’이었다. 첸을 보는 나도 힘들었지만 매일 아침 사랑하는 주인과 헤어져야 하는 첸 또한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서로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 둘에게 꼭 풀어야 할 숙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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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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