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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랭 Dec 16. 2017

너라는 개 고마워 : 10. 포근한 일상

포근함이 가득한 시간들.

결혼식, 5박 6일의 신혼여행과 시댁과 친정 방문 이런 것들이 정신없이 휩쓸고 지나간 후에 나는 일부러 주말에 아무 약속도 잡지 않고 오로지 새로운 공간에서 시간을 보냈다. 혼자 잠에서 깨어나 주섬주섬 냉장고에서 먹을 것을 꺼내어 컴퓨터를 하며 밥을 먹던 주말 풍경은 테이블 매트에 화분에 나름대로 꾸며놓은 원목 식탁과 그 위에 놓인 따뜻한 밥에서부터 달라져 있었다.


요리와 집안일을 좋아하는 식이는 주말이면 늦잠을 자는 나를 위해 먼저 일어나 자신만의 레시피로 밥을 차려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두부나 치즈, 샐러드 같은 것들로 만든 밥상이 차려지면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첸도 앉았다.





다른 강아지들도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첸은 유난히 앞발을 잘 사용했다. 고양이를 키웠던 나로서는 마치 고양이인 것처럼 앞발을 사용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식탁에서 밥을 먹을 때면 만만한 나에게 쫓아와 내 팔을 마구 잡아당겼다. 두 발로 서서 내가 숟가락을 들지 못하게 저지했다. 자꾸만 그러길래 '아, 그러면 너도 앉던가!' 하며 의자를 빼주었는데 의자 위로 깡총 뛰어올라와 사람처럼 앉았다. 그 후로 재미있어서 가끔 의자를 빼주면 매번 폴짝 뛰어 앉았는데 나중에는 우리가 식탁에 앉지 않아도 혼자 가서 의자에 앉아있곤 했다. 그 모습이 사람같아서 우스웠다.


주말엔 늘 평일에 미뤄둔 청소를 했다. 사람 둘에 강아지 한 마리가 함께 살다 보니 집이 정신없이 어질러졌다. 청소기를 돌리고 환기를 시키고 빨래도 했다. 우리 집에는 빛이 아주 잘 드는 곳이라 낮에는 늘 햇볕이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식이와 내가 청소를 하느라 여기저기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동안 첸은 쪼개진 햇빛이 만든 네모난 자리를 방석삼아 몸을 찰싹 붙이고 누웠다. 몸이 노곤했는지 웅크리기도 하고 다리를 쭉 펴고 옆으로 돌아 눕기도 했다. 


우리가 청소를 마쳐도 미동 없이 자고 있는 첸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온 세상이 평화로운 기분이 들었다. TV 소리도 없고 빵빵거리는 차 소리도 없고 그저 어딘가에서 희미하게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와 식이는 차를 마시고 첸은 여전히 잠에 빠져있었다. 그런 풍경이 좋았다.

복잡할 것도 어려울 것도 없을 것 같은 첸은 어떤 꿈을 꾸고 있었을까. 첸도 우리를 바라보는 풍경을 좋아할까. 



instagram @dal_e_2 / norang_dal

네이버 도전만화 / 너라는 개 고마워


글이 늦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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