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따라 제주도의 하늘은 청명했고, 바람도 바람답게 불었다. 유독 해가 쨍쨍한 만큼, 바다 표면은 빛나는 별빛으로 가득해진다.
바람을 피할리 없는 파도는 신나게 속력을 내다 이내 바위에 부딪치기 일수였다. 일렁이는 풍랑 덕에 단번에 몸집을 키운 파도는 앞으로 밀려왔다가 뒷걸음질 치며, 하얀 거품으로써 바다에 다시 귀속됐다. 귀에는 김필의 목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리고 있었다.
#추천곡: 김필 / 그때 그 아인
파도가 소멸하는 모습을 우두커니 보고 있자니, 문득 얼마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이 떠오른다. 사람의 뼛가루가 그렇게 하얗고 부드러워 보일 수 있다니, 의외였다. 엄마는 애들은 보지 마라고 만류했지만, 나는 이제 아이가 아니었으니 두 눈으로 정확히 골분을 봤다. 사람의 끝. 그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우리의 인생 또한 각자의 그득한 스토리를 만들며 몸집을 키우고, 걸음을 내디뎠다가 뒷걸음질 치지 않던가. 그러다 끝에는 자잘한 파도 거품처럼 하얀 가루가 되어 땅과 물으로 돌아간다. 인도의 갠지스 강에 수많은 유골이 차곡차곡 뿌려지는 것처럼 말이다.
파도의 찰나의 순간이 마치 사람의 인생 같았구나. 나는 이처럼 짧게 끝날 여정을 어떻게 걸어야 할까 막막했다. 또한, 성취감에 대한 압박을 내려놓으려 전복되는 파도를 관찰했는지도 모르지. 그래서 바다를 볼 때마다 좋으면서도 왠지 난감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측은하다 못해 애석한 김필의 목소리는 이곳의 바람과 잘 어울렸다. 참, 당신은 바다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지는 노을을 보면 나처럼 가슴이 발돋움할까? 어떤 방식으로 당신 자신을 껴안으며 두 눈으로 삶을 확인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