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8
#098
오랜만에 아침부터 한껏 게으름을 피운다.
마치 이 순간을 위해 그 먼 길을 그렇게도 부지런하게 달려온 것처럼-
어제 봐 둔 주인집 오토바이를 하나 빌렸다.
하루에 200루피씩 지불하기로 약속하고, 기름을 가득 넣으니 딱 300루피만큼 들어갔다.
아침 겸 점심식사를 든든히 챙겨 먹고,
오늘은 안주나(Anjuna) 비치에 다녀오려고 한다.
지도상에서는 모든 해변들이 일렬로 주욱 늘어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이동해보면,
해안가 뒤로 굽이굽이 난 길로 이어져 있다 보니 대략 한 시간은 족히 걸린 것 같다.
그래도 가는 길이 꽤나 한산하고 조용하여 기분 좋은 드라이브가 되었다.
아, 여기가 바로 고아구나- 라고 느낄 정도로 평온한 전원의 풍경이랄까.
조금은 빠이(Pai)에서의 느낌도 났다.
안주나 비치는 아람볼과는 다르게, 대낮에 도착했는데도 한창 파티(Party) 무드였다.
곳곳에서 식당들이 다양한 음악 장르를 디제잉하며 히피들을 취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곳에선 한 무리의 소떼도 느긋하게 일광욕을 즐기는 묘한 풍경을 구경하기도 했는데,
그 정도로 내리쬐는 태양 아래 모든 것이 한가로웠다.
우리도 각자 칵테일을 한 잔씩 시켜 놓고서는 시간에 취해 차분히 분위기를 즐겼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로 돌아가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바이크에 시동을 걸었다.
해변을 막 벗어나려던 참에, 눈에 들어온 카펫(Carpet)이 있어서 꽤나 까다로운 흥정 끝에 구입한다.
둘둘 둥글게 말아서 어색하게 오토바이 뒤에 실은 뒤에 다시 출발-
해는 금세 떨어졌고 풍경은 빠르게 어두워졌다.
채 십 분이나 달렸을까, 주변은 어둠으로 채워졌다.
길을 잘 찾는 편인데도 워낙 길이 좁고, 샛길이 많아서 잔뜩 긴장이 되었다.
게다가 뒤에 소영까지 태우고 있는 터라 긴장을 많이 했다.
어둠은 너무나 차가웠다.
대낮의 태양만 생각한 까닭에 옷이 너무 얇았다.
잠시 길을 멈추고 그녀에게 카펫을 둘러주었다.
다시 달리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길을 잃은 것 같았다.
소영이 괜히 걱정할까 봐 아무런 말 없이 묵묵히 길을 찾아 엔진을 달렸다.
온몸이 몹시 찼다.
어떻게 아람볼을 찾았는지 모를 정도로 헤맸던 것 같다.
겨우 집에 도착해서야 긴장이 한꺼번에 풀려버렸다.
오늘은 태양의 따뜻함만을 쫓다가, 어둠의 차가움에 크게 혼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준비를 해야 할 때를 아는 삶의 지혜가 내겐 조금 더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