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방)+1(셰르파) 쇼핑

#106

by J임스

#106


마음껏 잤다.

마지막 날이니까.


몸의 피로를 다 풀고 가겠다는 생각으로 자고 또 잤다.


낮에는 혼자 베란다에 앉아, 지나는 사람들의 소리를 벗 삼아 책을 조금 읽기도 하고.


친구들이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가자고 했으나, 태생적인 고소공포증은 이런 유혹 정도는 쿨하게 거절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도 좋았다.


방에 달린 베란다의 가장자리에서 홀로 낡은 의자에 몸을 기대고 앉아, 좁은 고아의 길을 오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힐끗거리며 손에 들린 책의 텍스트(Text)를 읽어 내려가는 이 평화로움이.


하늘을 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테지만 가끔은 억지를 부리는 것보다는 그냥 모자람을 인정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저녁엔 마지막으로 석양을 보기 위해서 해변으로 나갔는데, 막상 마지막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그것도 아주 분명하게.


그래서인지 오늘은 해가 다 떨어지기도 전에 해변에서 돌아왔다.


익숙해진 거리를 한 바퀴 주욱 돌아보면서 간단히 쇼핑을 했다.

코너의 한 가게에서 네팔인인 수만(Suman)을 만났다.

네팔(Nepal)이 고향인 그는 시즌마다 이곳에 와서 일을 한다고 했다.


가벼운 인사로 시작된 대화는 어느새 서로의 본분을 망각한 채로 한 시간이나 이어졌다.

그는 친구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내가 처음에 만지작 거렸던 가방을 꺼내어 내게 건넸다.


친구의 호의를 여행자의 오라(Aura)로 남용하고 싶지가 않았기 때문에 나도 기어코 지갑에서 100루피를 꺼내어 그에게 건넸다.


한사코 거절하던 그는 네팔에서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나와 약속한 뒤에야 돈을 받았다.

근사한 가방을 하나 사고, 덤으로 네팔에서의 셰르파(Sherpa)가 일찌감치 생겨버렸다.


괜히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근처 상점에 들렀다 다시 돌아가

수만과 친구들 몫까지 과자와 음료수를 건네주었다.


친구들에게 자랑스러워하는 수만의 밝은 표정을 보니

그제야 내 마음도 아주 편안해졌다.


다시 만나자, 낯선 친구여.


침대에 누웠지만 역시 언제고 다시 돌아올 것- 이라고 생각하니

금세 입꼬리가 한껏 올라간 채로 편안하게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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