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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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갈루루 to 첸나이(Chennai).
아침 기차인데, 늦었다.
이런.
아침부터 소화에 문제가 있었는지 한참을 화장실에 앉아있다가 늦어버렸다.
서둘러 역까지 뛰고, 또 뛴다.
숙소는 역이 눈에 보이는 아주 가까운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쉴 새 없이 지나가는 차들과 릭샤, 구불구불 이어진 지하차도가 우리를 계속 지체시켰다.
탑승시간은 이미 지났지만, 여전히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가쁜 숨을 내쉬며 뛰었다.
스스로를 얼마나 자책했는지 모른다.
괜히 옆에서 나란히 뛰고 있는 소영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승강장에 도착하니 기차가 아직 자리에 서 있었다.
기뻐할 겨를도 없이 몸을 날리듯이 일단 기차에 올랐다.
인도에서는 기차와 연착이라는 단어가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인데,
이런 식으로 도움을 주다니- 역시 모든 것은 꽤나 상대적이라 할 수 있겠다.
녹초가 된 몸으로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이등칸(Second Class)을 타고 간다.
여행자들보다는 아무래도 현지인들이 대부분인 이 칸은, SL(Sleeper) 칸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기차는 반나절 정도를 또 기본으로 달렸다.
중간에 여장을 한 남자인 조가빠(Jogappa) 한 무리가 나타나 우리를 엄청 희롱했지만
같은 칸에 있던 인도인들이 한 명 두 명씩 큰소리를 치면서 곤경에 빠진 우리를 구해주었다.
휴-
여전히 놀란 얼굴의 소영을 진정시키고 나도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려니.
첸나이는 그동안 방문한 인도의 대도시들 중에서도 특히 잘 기획된 도시 같았다.
잘 정리된 도로와 깨끗하고 현대적인 건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현지식이 입에 잘 맞지 않았던 우리는 한식당을 찾았다.
어느 블로거(Blogger)가 남긴 글의 정보를 추려서 ‘경복궁’이라는 한식당을 찾았는데,
한참을 헤매어 찾아가니 ‘경복궁’이 아니라, ‘덕수궁’이었다.
정보라는 것이 항상 사실은 아니다.
물론, 사실이라고 해서 꼭 정보인 것도 아니지만.
가격이 엄청났는데, 그래도 이미 메뉴판에 나온 김치찌개 사진을 본 우리는 그대로 주문을 했다.
너무 오랜만에 제대로 된 한식을 먹으니 몸이 놀랐나 보다.
숙소에 돌아온 나는 잠에 취해서 그대로 계속 자버렸다.
떨어지는 눈꺼풀을 억지로 치켜떠봤지만, 정말 거짓말처럼 잠에 들어버렸다.